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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촛불②]부모는 “경제 우려”, 자녀는 “정의 우선”
-젊은층 75% ‘재벌 부정적’ 응답
-50~60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학계 “국가권력 의식 세대차 커”


[헤럴드경제=신동윤ㆍ이원율 기자]#. 대구에 사는 직장인 송도연(37) 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수감을 두고 아버지와 작은 말다툼을 벌였다.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들 송 씨가 이번일로 ‘정경유착’과 ‘법 앞의 평등 원칙 붕괴’란 적폐가 청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데 대해 송 씨의 아버지가 “국가 경제가 위태롭고 세계 정치ㆍ경제적 상황이 불확실한 이때 재벌 총수를 가두는 것은 국가 경제를 좀 먹는 자살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평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던 부자였기 때문에 이런 말다툼은 의외였다는 것이라고 아들 송 씨는 전했다. 이후에도 송 씨 부자의 말다툼은 약 2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최근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탄핵정국 및 대기업 수사 정국을 둘러싸고 한 가족 내에서도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꽤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지목된 재벌에 대한 특검 수사를 두고 세대별 시각의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 후 처음으로 특검에 소환되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20일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연령별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20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벌체제에 부정적인 응답자의 비율을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76.8%, 20대 76.5%, 40대 73.6%인 것에 비해 50대 64.2%, 60대 이상 46.4%로 연령이 낮을수록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8일 실시된 제1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연령별로 재벌수사에 대한 입장에 약간의 차이가 보였다.

서울 서초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민재(30) 씨는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경제적으로 타격이 전혀 없다고 한다면 이는 거짓말”이라면서도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방치하다 지금처럼 부패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된 것인만큼 이번 기회를 재벌이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서산에서 왔다는 자영업자 소모(35) 씨도 “경제가 잠시 주춤하는 것은 더 정의롭고 정직한 경제 체제로 옮겨가기 전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일종의 진통이라 봐야한다”며 “어떤 방법이든 성장만 하면 된다는 발상이 삼성과 같은 재벌과 정경유착 구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 노원구에 살고 있는 자영업자 박모(65) 씨는 “정의를 바로 잡는다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재벌 중심의 경제 체제인 한국 사회에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굵직한 결정은 올스톱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피해가 젊은 세대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 부모세대들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ㆍ경제 권력에 대한 연령대별 수용도의 차이가 이와 같은 차이점을 보여준다고 해석된다”며 “과거 특정 계층에 의해 독점된 권위와 권력에 의해 경제발전을 경험했던 고연령층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들 특권층이 저지르는 행위에 대한 수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데 비해 저연령층에서는 법을 위반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죄값을 치뤄야 한다는 의식이 그 어느때보다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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