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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재편·투자·고용…삼성경영 큰그림 ‘빨간불’
반도체등 주요계열사 경영계획도 ‘스톱’

삼성그룹의 현안이 총수인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사실상 석달째 경영 마비 상태다. 창업 이후 ‘리더십 공백’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한 삼성의 사업재편과 투자, 고용 등 눈앞에 산적한 경영현안은 거듭 연기됐다. 지배구조 개편 등 그룹의 큰그림을 그리는 사업들도 줄줄이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경영 일선 곳곳에서는 차질이 빚어지는 등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


지배구조 큰그림 사실상 보류=삼성그룹의 경영상황은 시계제로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ㆍ사업 개편 작업은 사실상 정지됐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논의 자체가 어려운 형편이다.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지만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아직 주총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한달 전 열리는 삼성전자 이사회도 열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주총 전 이사회를 열어 정기주총에 상정할 의안들을 심의확정해야한다.

특검 수사 등으로 안건조차 논의하지 못한 채 의미 없는 주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외이사 영입 등 굵직한 안건도 사실상 논의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은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삼성그룹은2014년부터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왔다.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은 최종 단계로 거론된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 부회장은 사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왔다. 비주력 사업이었던 방위산업ㆍ석유화학 부문을 두 차례에 걸친 빅딜을 통해 한화와 롯데에 매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했고, 바이오와 자동차 전장사업 등 새로운 영역에 집중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 자체가 이번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르고 이 부회장의 구속 사유로 작용한 만큼 이를 포함한 개편 작업은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정장동력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역시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2014년부터 약 3년간 15개의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기업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클라우드 관련 업체 조이언트,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등을사들였다. 80억달러(9조6000억원)를 들여 인수하기로 한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의 경우 한국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가 9조원을 투자한 미국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의 M&A에도 변수가 커졌다. 하만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시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삼성전자와 합병안을 의결한다. 일부 주주가 합병 반대 소송을 제기한 와중에 M&A를 주도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최종 계약 성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투자와 고용 불투명…중소기업까지 파장 우려=주요 계열사의 투자와 고용 계획은 밑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국내에서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한 개 라인을 확장하려면 각각 10조원, 1조원 안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시설투자에 집행한 비용은 27조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올해 투자계획은 세우지도 못한 실정이다.

삼성그룹은 각종 인사, 채용 등 연례 일정마저 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지난해 11월 이후 연례 행사처럼 진행해왔던 일정들조차 미뤘다. 매년 12월 1일 사장단 인사를 한 후 순차적으로 임원, 직원 인사를 해왔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상반기 채용 계획 역시 확정짓지 못했다.

매년 3월 중순 실시되던 신입사원 공채 계획도 불투명하다. 인재확보에 대한 수요가 있는만큼 상반기 공채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일정을 연기되거나 계열사별로 진행하는 등 대안이 거론된다.

파장은 삼성그룹 수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에도 연쇄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9개 주요 계열사의 협력업체는 4300여곳, 이들 고용규모는 6만3000여명에 달한다.

삼성 관계자는 “본류에서 벗어난 특검 수사로 삼성의 기업이미지와 신뢰도 등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며 “인사와 채용, 투자 등 경영현안에 대해 계열사별로 조직 내 혼란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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