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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게이트에 잇따라 등장하는 핵심증거…아직은 미완의 ‘스모킹건’
-태블릿PC, 차명폰 통화기록, 휴대전화, 수첩 등 스모킹건 후보 쏟아져
-박대통령-최순실 혐의 밝혀줄 차고넘친다는 결정적 증거될까 관심 높아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누군가 살해됐다. 현장에 있던 용의자 가운데 한명의 총에서 연기가 피어난다. 이처럼 확실한 증거가 있을까. 스모킹 건(smoking gun; 연기가 나는 총)은 어떤 식으로든 부인하지 못할 범죄의 ‘결정적 증거(단서)’를 의미한다. 요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보도에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박영수 특검팀은 스모킹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국현)에서 열린 ‘(청와대) 압수수색·검증 영장 집행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사건 재판에서 특검팀은 압수수색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갑자기 새로운 스모킹건을 내놓았다. 


특별검 이규철 대변인(오른쪽)과 홍정석 부대변인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최순실 씨 조카인 장시호 씨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 현물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차명(借名) 휴대전화를 이용해 최순실(61·구속 기소)씨와 573차례 통화한 기록이다. 통화 내역은 놀랄만하다. 박 대통령은 이 차명폰으로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2차례 이상 최 씨와 연락했다. 특히 10월 24일 ‘최 씨의 태블릿 PC’가 JTBC에 의해 처음 보도된 직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최 씨와 10여차례 통화했고, 최 씨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으로 독일로 도피중인 상황에서도 127회나 연락을 주고받았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차명폰을 통해 수시로 전화해 말을 맞추고 증거인멸을 모의하고, 검찰 대응 방안 등을 상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이뤄진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문과 최 씨의 인터뷰 내용이 비슷하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자들이 갑자기 연쇄적으로 검찰 수사에 응해 한 목소리를 내는 등으로 ‘기획설’, ‘사전모의설’ 등이 제기됐던 게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었다는 판단이다.

특검은 이 통화기록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살체를 해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증거가 진짜 스모킹건이 되려면 실물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검찰은 아직 이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차명폰은 윤전추(38) 청와대 행정관이 제3자 명의로 개통해 박 대통령과 최 씨에게 건낸 것으로 특검팀은 확인했다. 특검은 차명 휴대전화의 존재와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통화내역을 우선 파악했다.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한 이유로 이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직 스모킹건이 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청와대는 그 휴대전화의 실제 통화자가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화 통화 목록이 스모킹건이 되려면 대통령이 실제 사용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특검팀은 또 다른 스모킹건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수첩 39권을 꼽고 있다. 안 전 수석이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의 업무 기록이 빼곡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 등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상당한 증거능력이 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말한 부분엔 령(領)을, 김기춘 전 실장이 말한 부분엔 장(長)이라는 머리글자를 남길 정도로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주요 증거 자료로 제시되기도 했다. 법원에서 이를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로 ‘업무상 필요에 의해 작성된 통상문서’를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법조계 판단이다.

문제는 이 증거도 스모킨건이 되기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이 수첩을 특검에 전달한 사람은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었던 김모 청와대 행정관이다. 문제는 안 전 수석 측이 “김 행정관에게 수첩을 준 적이 없다”며 “안 전 수석의 동의없이 특검에 낸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훔친 증거라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선 김 행정관이 안 전 수석의 수첩들을 훔친 것으로 판단한다면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안 전 수석이 뒤늦게라도 ‘임의제출’에 동의한 것으로 인정한다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스모킹건 후보로 최순실 조카 장시호(38·구속 기소)씨 특검에 건낸 태블릿PC다. 여기엔 최 씨가 기업과 청와대 등을 상대로 주고받은 이메일이 다수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의 지원금이 독일에서 사용되는 내역,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과 그 처리 과정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 측과 주고받은 메일도 상당 부분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순실 게이트를 공식적으로 세상에 드러낸 것은 최순실 씨의 태블릿PC였다. 막강한 스모킹건이었다. JTBC에서 이를 보도한 이후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19권,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등 스모킹건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이들이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촉발시킨 매개체라는 건 누구도 부인 못한다. 특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 영장 내용을 보면 사람들이 기절할 수준”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놀랄만한 스모킹건이 여전히 많다는 이야기다.

태블릿PC, 휴대전화, 수첩에 이어 또 어떤 스모킹건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를 드러낼지 주목된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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