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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카이스트 총장 선출을 보는 눈
지난 2005년 겨울, 교육부는 한 권의 두툼한 보고서를 내놨다.

170여 페이지의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국공립 대학 총장선출제도 개선안이 빼곡히 담겼다. 미국, 독일처럼 대학 학내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학부모, 동문회 대표까지 총장선출기구에 참여한다.국가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정부 보고서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국내의 현실은 크게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총장 선출 때마다 ‘이사회 밀실 선정’,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카이스트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청와대나 정부의 의중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윗선’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낙점’을 받는 게 중요했다. 후보들의 학연, 지연 네트워크 파워도 당락을 좌우했다.‘경기고-서울대(학사)-카이스트(석ㆍ박사)’로 대변되는 이른바 카이스트 ‘성골’ 이어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초일류 대학’, ‘과감한 개혁’ 등 화려한 공약에 학내 구성원들의 참여와 소통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곤 했다. 이러다보니 카이스트 총장 선출은 ’수난‘의 역사로 점철됐다. 교수들과의 불화로 중도 하차하는 총장도 나왔고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온 고강도 개혁정책으로 자진사퇴한 총장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1일 카이스트 16대 총장 선출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년 만에 내부 인사가 총장으로 선임되는 자리다. 간접적이지만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길도 처음으로 열렸다. 탄핵 정국에서 이전과 달리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도 줄었다.

후보 검증 단계를 거치면서 선거 막바지 판세는 요동치고 있다. 경종민(전기 및 전자공학부), 신성철(물리학과), 이용훈(전기 및 전자공학부) 세 후보 중 과학계는 신 후보와 이 후보의 2파전을 점치고 있다.

신 후보는 화려한 정ㆍ관계ㆍ과학기술계 인맥과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선거 초반 선두를 달렸지만 탄핵 정국에서 ’친박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 여전히 부담이다. 교수협의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경 후보는 서남표 전 총장 퇴진에 앞장섰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반면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이 후보는 학내구성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교수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38%의 많은 득표를 얻었다. 최근 학생들이 실시한 총장 모의투표에서는 세 후보 중 1위(55%)의 선호도를 기록, 신 후보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후보가 판세를 뒤집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5명으로 구성된 카이스트 이사회 구성원들의 최종 선택만 남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특정 학맥이나 정부의 의중에 밀린 선택은 과학계는 물론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명약관화하다. 늦었지만 12년 전 정부가 내놓은 총장선출 개선 방안의 시금석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과학계와 국민들이 이사회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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