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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경련 방패 삼아 재단 사무실 비품까지 챙긴 靑
최상목 기재부 차관, 전경련에
“왜 靑 드러나게 해?” 질책
靑비서관 사무실 후보지 답사도


청와대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에 연루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관계자들을 입단속하려 한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전경련을 앞세운 청와대는 재단의 설립부터 모금까지 전방위로 지시하며 재단의 ‘비선실세’ 노릇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정황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11회 공판에서 밝혀졌다.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선 박찬호(60) 전경련 전무는 지난 2015년 10월 미르재단 설립을 앞두고 최상목(54) 기획재정부 1차관(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에게 전화로 꾸중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최 차관이 ‘왜 청와대가 기업을 끌어들인 것처럼 보이게 하냐’고 질책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청와대는 앞에 나서지 않고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보여야했다”며 “기업들에게 연락할 때 사업 시작 배경등을 설명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를 두고) 최 차관이 제게 조심하라고 경고를 보낸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재단 설립 과정에서 실무를 맡았던 이소원 전경련 사회공헌팀장도 “청와대 행정관에게 재단 출연 기업 현황을 문자로 보냈다가 최 비서관의 질책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전경련을 앞세운 청와대는 실제로는 재단 사무실 선정과 비품 구입까지 상세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무와 이 팀장, 이수영 청와대 행정관의 말을 종합하면 최 차관은 지난 2015년 10월 재단 설립과 관련해 열린 2차 회의에서 ‘강남·이면도로·4~5층 건물·독채’ 등 재단 사무실이 갖춰야 할 세부 조건을 일러줬다. 최 차관 지시에 따라 전경련 관계자들은 ‘1순위 강남권 2순위 여의도 전경련회관 3순위 역삼동 콘텐츠진흥원’이라 쓰인 문건을 만들고 후보지를 물색했다. 이수영 행정관은 전경련이 추린 장소와 안 전 수석으로부터 받은 사무실 후보지를 청와대 문체비서관 등과 함께 답사했다고 했다. 이 행정관은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이 민간재단 사무실을 답사하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실토했다. 이밖에 이소원 팀장은 “사무실 위치와 직원, 비품까지 청와대에서 상세하게 말해줬다”고도 부연했다.

청와대가 전경련에 재단 출연기업을 정해줬는지 여부에 대해선 진술이 엇갈렸다.

이팀장과 박 전무는 “첫 회의에서 최 차관이 9개 출연기업을 지정해줬다”며 “10대 그룹이 아닌 곳도 포함되고 롯데가 빠져있어 의아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행정관은 “회의에서 (그룹 이름들을) 명확하게 언급했는지는 기억에 없다”고 다른 진술을 했다. 이 팀장과 박 전무는 “최 비서관이 회의에서 재단 출연 증서를 확인했다”며 “돈을 내지 못한 기업의 명단을 달라고 화를 냈다”고도 했다. 청와대가 재단에 출연하지 않은 기업까지 꼼꼼이 확인하고 챙겼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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