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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쳐지지 않은 것들②] “OOO 사랑해”…‘낙서폭격’ 몸살앓는 남산공원
-남산공원 계단ㆍ공사장 가림막 등 낙서세례 ‘골치’
-1년 2차례 미관정비사업…단속 법안 없어 계도만
-서울시 “대응에 현실적 한계 있어…시민의식 필요”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외국인이 찾는 명소 1위 N서울타워가 있는 서울 남산공원이 올해 어김없이 무차별적 낙서에 고통받고 있다. 해마다 관광객이 몰리는 가운데 낙서를 막을 이렇다 할 제재 방안이 없어 문제는 계속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N서울타워는 지난해 9월 관광객 1만2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을 대표하는 10대 한류 명소’ 설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N서울타워와 남산공원 일대는 경관이 뛰어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의 단골 촬영지여서, 한류 팬들에게도 유명하다. 그러나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이 몰리다보니 낙서도 덩달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진=서울 남산공원 N서울타워가 있는 꼭대기에 있는 정자 기둥에 낙서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지난 13일 찾은 남산공원은 곳곳이 낙서로 가득했다. 계단과 공사장 가림막 등 성역이 없었다. N서울타워가 있는 꼭대기의 정자는 기둥마다 낙서가 빼곡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OOO 사랑해, OO등산회 파이팅’ 등 감정표현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등산객 황현욱(45) 씨는 “온갖 사인펜에 더럽혀진 벽면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시민의식에 대한 실망감도 느낀다”고 했다. 대만에서 온 관광객 린자롱(21ㆍ여) 씨는 “낙서가 많아 사진에서 보는 것만큼 N서울타워가 예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깔끔하게 치워주면 보기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남산공원 유지관리는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가 맡고 있다. 성수기에 앞서 3ㆍ4월, 9ㆍ10월에 한번씩 대규모 정비작업으로 공원 내 낙서를 정리한다. 대략 1~2주간 이어지는 정비 작업에는 40~50명이 투입된다. 이들은 세제와 페인트, 유성 착색제 등 낙서를 지울 수 있는 모든 물품을 총동원한다. 작업 기간에만 물품비로 100만원 안팎의 예산을 쓴다. 때로는 민원에 따라 수시로 현장을 나가 낙서를 제거한다.

문제는 이처럼 사후처리에만 집중돼 있고, 낙서 행위 자체를 근절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또는 서울시 조례 상으로도 무분별한 낙서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공원의 한 관리자는 “낙서 행위만으로 단속을 해서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사실상 계도로만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시설물 훼손으로 적발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서울 남산공원 N서울타워 인근이면 어디서든 쉽게 낙서를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우고 돌아서면 다시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가세하고 있다. 이날 살펴본 낙서의 30~40% 가량은 영어, 중국어 등으로 장식되어 있을 정도였다.

서울시는 일부 낙서가 몰리는 공원 지점에 ‘낙서 금지’ 등의 팻말을 세워 대응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리 직원이 24시간 공원을 상주할 수 없는만큼 (우리도) 애를 먹고 있다”며 “관광객 분들께서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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