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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내기는 무섭다①]건강한 간만 챙겨오라?…토복(吐服)구매ㆍ 사발식 ‘무서운 선배들’
-각 대학 ‘대나무숲’ OT 관련 신입생 질문
-술 강요 당연시하는 선배들 모습 여전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1.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장유진(19ㆍ여) 양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새내기 새로배움터(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이하 새터)를 앞두고 대학 비밀 커뮤니티 ‘대나무숲’에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선배들의 조언을 구했는데, 아래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더 긴장하게 된 것. 선배로 보이는 한 사람이 “걱정말고 건강한 간(肝)만 챙겨오면 된다”는 댓글을 달았고, 해당 답변 아래에 “베댓(베스트 댓글의 준말)”, “술 엄청 마시고 앞으로 도움될 술게임 많이 배운다”는 답글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장 양은 “술 걱정을 하지 말라는 선배들이 많았지만, 이미 새터에선 폭음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선배들이 있는 이상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힘들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며 “선천적으로 술이 약한데 어떻게 할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술 강요하는 사회’. 매년 대학교 새내기 폭음문화를 두고 사회 각계각층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2. 지난달 3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17학번 새내기”라며 “과마다 다르겠지만 저희 과는 새터에서 술을 강요하고 강제적으로 장기자랑을 시킨다”는 내용의 제보가 올라왔다. 익명의 글쓴이는 “저희 과 새내기들은 일명 ‘토복’이라 불리는 바람막이를 맞췄다”며 “토복은 술을 많이 마셔 토하게 되면 바람막이 재질의 특성 상 잘 씻어낼 수 있다 하여 토복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불거진 논란에 대해 해당학과 관계자는 “토복이라고 불리는 옷은 단체복 용도로 맞춘 것이며, 토를 처리하기 쉽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매년 이맘때면 열리는 대학교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서의 폭음문화를 두고 사회 각계각층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14일 SNS 페이스북 상의 각 대학 비밀글 공유 커뮤니티 ‘대나무숲’에서는 입학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새터 등에서 진행되는 장기자랑과 음주 문화에 대해 걱정하는 신입생들의 고민상담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입생들이 대학의 폭음 문화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7 서울대학교 수시모집 합격자 대상 새내기 오리엔테이션(OT)에서 참석한 신입생들이 1부 행사 이후에 반별 OT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양대 총학생회가 지난 1~13일 약 2주간 2017학번 신입생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새내기들이 ‘음주문제’(38.5%)를 대학생활의 가장 걱정되는 점으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인간관계’(21.9%)와는 큰 차이를 보일 정도였다. 반면, 가장 기대되는 항목으로는 ‘동기 및 선배와의 친목형성’(60.5%)이 압도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양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술자리가 친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현실 상황을 비추어볼 때 신입생들의 고민이 더 깊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학생조직과 학교 측 역시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이승준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지난달 각 단과대 대표자들과 여러차례 만나 술자리 강권문화 방지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을 정도로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총학생회 관계자 역시 “총학생회 차원에서 올바른 음주문화 정착 등을 위해 안전교육 및 회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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