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권·학교 주변도 ‘좀비’ 열기
인근상점들 때아닌 수혜 ‘신바람’
매출상승률 20~40%대 치솟아
“오늘 퇴근하고 보라매공원 포켓스톱 앞에서 봐.”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최정선(29) 씨는 오늘도 친구와 포켓스톱(포켓몬 볼 등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게임 속 특정 지점)에서 약속을 잡았다. 그녀는 매일 출근길 보조배터리와 터치장갑을 챙겨 포켓스톱에 들린다.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포켓스톱에서 볼과 아이템을 수집한 뒤 체육관에 들러 한바탕 포켓몬 배틀을 벌인다. 퇴근 후에는 친구들과 보라매공원 혹은 올림픽 공원 같은 포켓스톱에서 만나 포켓몬을 한두 시간을 잡고 귀가한다. 지난 주말에는 파이리를 잡으러 분당 중앙공원에 갔다. 그녀는 자신을 ‘포켓몬 고 좀비’가 다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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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포켓몬고를 하러 보라매공원에 모여든 사람들. 이들로 인해 인근 매장의 매출이 오르는 ‘포케코노미’ 경제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
최 씨처럼 위치기반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에 푹 빠진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포켓몬고의 사용자(다운로드 수)가 1000만명에 육박한다. 대열풍은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포켓몬고에 빠져 사는 이들은 많다.
이들은 주로 90년대 포켓몬스터 만화를 보고 포켓몬 빵 속에 스티커를 모으던 2030이다. 한때 포켓몬 트레이너를 꿈꿨던 이들의 판타지는 20년후 현실로 충족됐다. 다 큰 어른들이 포켓몬 고에 열광하는 이유다.
포켓몬 고 열풍에 힘입어 포켓몬 출몰지역으로 알려진 이른바 ‘포켓몬 성지’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주변 상점들도 신바람이 났다. 포켓몬 고가 파생시키는 ‘포케코노미’(포켓몬+이코노미ㆍPokemon Go+Economy)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13일 커피빈코리아에 따르면 포켓몬 성지로 떠오른 홍대와 보라매 공원, 올림픽공원 일대 커피빈 매장의 평균 매출은 포켓몬 고 출시 전에 비해 최고 44.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홍대정문앞점이다. 이곳은 서울 내 포켓스톱 주요 출몰 지역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게임 출시 후, 전주 대비 매출액이 약 44.1% 상승했고 특히 주말 평균 매출 상승률이 50.8%나 됐다. 근처 홍대주차장길점 역시 전주 대비 평균 25.1%, 주말 평균 26.4%의 높은 매출 상승률을 보였다.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공원 지역이 포세권(포켓몬+역세권)으로 통하면서 공원 주변에 위치한 매장도 북적인다.
올림픽공원점은 게임 출시 2주만에 전주 대비 매출이 약 40.3% 상승했다. 공원 이용객이 가장 많은 일요일에는 50.2%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피카츄 명당으로 불리우는 보라매공원동문앞점 역시 게임 출시 전에 비해 평균 24.1%, 주말 평균 27.6%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커피빈 보라매공원점 이진현 점장은 “포켓몬 고가 출시된 1월 말부터 평일 저녁, 퇴근한 직장인들의 방문이 약 1.5배~2배 늘었다”며 “전반적으로 낮은 연령대 고객 유입도 많아졌다”고 했다.
이같은 열기에 커피빈에서는 지난 3일 커피빈 공식 SNS를 통해 ‘삼성봉은사거리점’에 포켓스톱이 있다는 정보를 알리기도 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해당매장 주말 평균 매출이 전주 대비 30.9%로 크게 치솟은 것이다.
스타벅스도 같은 효과를 봤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따르면 1월10~23일에 비해 1월24일~2월6일 주요 포세권에 위치한 매장 매출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올림픽공원 인근 4개 매장에서는 20%가 증가했고 남산 서울타워점은 30%, 보라매타운 2개 매장과 홍대 인근 4개 매장에서는 각각 20%와 10%의 매출이 늘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도 포켓몬 고 희귀캐릭터인 ‘망나뇽’이 출현한다고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조준석 점장은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2월에도 불구하고 포켓몬 고를 하기 위한 고객 방문이 증가하면서 식음료(F&B)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summ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