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고영태와 불륜” 주장 최순실이 노리는 것…최소 일석삼조 효과
-최순실, 고영태와의 불륜설 제기해 일석삼조 효과 기대
-탄핵 정국 희화화, 본질 흐리기, 가짜뉴스 양산에도 도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핵심 인사인 최순실은 최근 탄핵심판에서 “고영태와 불륜 관계”라고 스스로 주장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60대 여성인 최씨가 20살 연하 남성 고씨와의 불륜 관계를 주장하는 것 역시 탄핵 기각을 위한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지난 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법정을 나서 차에 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최순실이 고영태와의 불륜을 스스로 인정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정치적 소득은 이번 탄핵 정국의 희화화다. 고영태가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 치정에 따라 각종 증거를 폭로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

이 경우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한 개인의 치정극으로 희화화된다. 이는 탄핵 반대 논리로도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고영태를 불륜 상대로 특정할 경우, 고영태의 각종 증언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고영태의 증언이 무력화되면 탄핵 명분마저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1일 탄핵심판 변론에서 “이 사건의 발단은 최씨와 고씨의 불륜”이라며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를 알게 된 일당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실패하자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사건을 악의적으로 왜곡 제보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속 복잡한 진실도 ‘불륜’이란 한 마디에 묻혀버릴 수 있다.

지난 4일 오후 전남 담양군 대덕면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퇴진 담양군민운동본부 주최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고향이다. 참가자들은 고씨를 응원하며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을)은 지난 7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통 사람들로 생각하면 아니라고 부정해야 될 눈 뜨고 볼 수 없는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얘기를 자기들이 (오히려) 주장하고 있다”며 “유치한 정도가 아니다. 그렇게 창피한 일을 앞으로 내세우면서까지 숨기고 싶은 뭔가 비밀이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은 자기가 했던 국정농단의 모든 것들을 고영태와 차은택한테 미루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미루고, 최순실은 고영태와 차은택한테 미룬다”며 “이런 식으로 국민들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끔 눈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를 밀착 취재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 역시 지난 6일 박 대통령 측이 고씨와 최씨 불륜설을 제기한 것에 대해 “본질을 흩트리는 흙탕물 뿌리기”라고 비난했다.

주 기자는 “사람들은 사건의 실체보다는 약간 말초적인 것, 가십에 훨씬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싸움을 그쪽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씨와의 불륜 주장이 곧이 곧대로 먹히지 않는다 해도 박 대통령과 최씨 입장에서 ‘잃을 것보다 얻을 게 많다’는 점도 최씨의 "불륜" 주장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에서는 현재 만화 캐릭터 이름을 딴 세계 석학의 인터뷰라는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편법으로 탄핵 기각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태극기 집회 등에 참여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이런 뉴스를 접하며 동조하고 있다.

고씨와의 불륜설이 사실과 다르다 해도 이런 다양한 가짜 뉴스를 활용해 각종 억측과 가짜 뉴스를 양산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