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기일 지연에 기각 기대감
黃권한대행 지지율 상승에 고무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최근 “지난해부터 계속됐던 촛불시위에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과연 탄핵 사유가 되느냐”고 했다.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통치행위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또다른 여권 핵심 인사도 “특검의 무리한 수사는 정치적 성격이 짙다”며 “법리적으로도 탄핵 사유가 되기에는 무리”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의 추가 증인 채택을 일부 수용하면서 탄핵 심판 기일이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새누리당에선 ‘탄핵 기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기류다. 탄핵이 기각되면 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양강구도로 진행되는 대선 판도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에 전적으로 유리하리라는 관측이다.

현재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여권 인사로는 유일하게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상승일로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탄핵 기각시에는 출마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9일까지 대권도전을 공식화했거나 자천ㆍ타천 예비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일부는 ‘탄핵 기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헌재의 탄핵 결정 가부에 따라 새누리당의 후보군 폭이 더 넓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당 지도부에선 연일 야권의 ‘탄핵 인용’ 주장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당내 예비 대권주자들은 이른바 보수 지지층의 ‘태극기집회’에 참석하는 등 공개적으로도 사실상 탄핵을 반대하거나 기각에 무게를 싣는 양상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야3당은 헌재에 탄핵 인용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 행태는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해칠수 있는, 압박을 넘어 협박과 공갈”이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민주당이 갑자기 탄핵위기론을 제기하며 촛불집회를 선동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문 전 대표를 향해서는 “탄핵을 기정사실로 해놓고 온나라를 대선판으로 몰고온 장본인”이라고 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