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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박근주 경찰청 피해자보호담당관] 2년 맞는 피해자전담경찰관의 의미
눈앞에 죽어가는 아이를 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이는 없다. 누군가는 이를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이를 인류애(人類愛)라고 부르기도 한다.

범죄로 가족이 희생된 이웃, 삶의 터전을 잃은 시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공동체의 슬픔을 온 몸으로 체득하는 직업이 바로 경찰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눈물을 직접 보아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 바로 피해자전담경찰관 제도의 시작이었다.

범죄피해자는 그간 형사사법체계에서 잊혀진 존재였다. 수사와 재판절차에서 피해자는 철저히 소외됐고, 피해자가 받은 상처와 아픔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1985년, 유엔(UN)의 ‘범죄피해자 인권선언’은 형사사법의 방점을 ‘범죄자에 대한 적법한 처벌’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회복’으로 옮겨놓는다. 피해자는 더 이상 혼자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존재가 아니다. 존중과 배려,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할 우리의 이웃이다.

가해자의 검거에 초점을 맞춰왔던 경찰에도 확실한 변화가 시작됐다. 피해자 보호 중심의 경찰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범죄피해자야 말로 치안의 책임자인 경찰이 보호해야한다는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10일이면 피해자전담경찰관 제도가 시행된지 2년이 된다. 피해자전담경찰관은 전국의 경찰서에 배치되어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형사절차상 권리를 고지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등 5443건의 형사절차 참여 지원은 물론, 재피해나 보복피해가 우려되는 피해자에게 1만3758건의 신변보호 조치를 완벽히 수행했다. 관련 기관과 힘을 합쳐 생계비 지원 등 16,847건의 경제적·심리적 지원을 통해 피해자가 신속히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를 돕고 있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전담경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범죄피해자의 곁을 지켜 주는 것이다.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함께 견뎌내 주는 것이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안타까움, 바로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하는 경찰이 피해자에게 보여야하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무이다.

누구나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 누구도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범죄와 재난, 불의의 사고는 위험사회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다만, 동일한 위험의 확률과 달리, 그 위험이 초래하는 불행의 모습은 사회적 안전망에 따라 온전히 달라진다. 피해자전담경찰관은 바로 그 안전망을 짜고 있는 중이다. 두텁고 튼튼한 안전망으로 불의의 사고로 넘어진 이웃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공동체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일이다. 인력과 예산, 적정한 체계와 법률 또한 보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한 관계망과 끈끈한 유대감은 사회적 안전망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 보편적 인류애가 필요한 지점이다. 피해자 보호와 지원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할 건강하고 안전한 공동체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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