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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조폭보다 주폭(酒暴)이 무서운 경찰
“조폭보다 주폭(酒暴)이 무섭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조직폭력배와 격투장면을 떠올리며 한 질문에 일선 경찰관의 난데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불법을 저지른 조폭들 검거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불꽃튀는 난투극이 펼쳐지는 경우는 ‘경찰인생에 한 두번 있을까 말까’할만큼 드물다고 했다. 반면 주취난동은 경찰이 하루에 몇 번이나 감내해야 할 힘든 일이라고 털어놨다. 주취난동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몰라 예측도 대응도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 입장에선 주폭이 조폭보다 더 골치 아픈 까닭이다.

경찰을 향한 주취난동은 사실 뉴스거리도 되지 못할 만큼 흔하게 일어난다. 2015년 4월 서울에서 만취한 20대 여성이 자신을 도우려 출동한 경찰관의 얼굴을 하이힐을 신은 발로 걷어차 경찰관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밤이라 집에 가기 무서우니 집까지 태워달라”며 112에 신고하고 순찰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길에 경찰관의 왼쪽 눈을 발로 차 다치게 했다.

만취자의 난동에 떠밀려 넘어진 경찰관이 의식을 잃었다가 끝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2014년에는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40대 남성을 집에 데려다 주려는 과정에서 한 경찰관은 만취자에 의해 떠밀려 넘어진 머리를 땅에 부딪치면서 의식불명에 빠져 이틀만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힌 1만4556명의 피의자 가운데 1만375명(71.3%)이 술에 취한 상태였다. 하루 28명 이상의 주취자가 경찰관에게 난동을 부린 셈이다.

문제는 음주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만큼 현행법도 너그러운 편이라는 점이다. 현행법에서 술에 취한 상태를 양형 요소로 판단하는 뚜렷한 기준은 없다. 다만 만취를 법원이 ‘심신미약’ 상태로 인정하면 감형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피의자의 인권이 중시되면서 경찰 공권력이 무기력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리하게 제압하다 다치기라도 한다면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 여론이 불거질 것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일선 경찰관들이 만취자에게 당해도 ‘참을 인(忍)’자를 마음속에 새기며 그냥 넘어가게 되는 이유다. 일선 경찰은 “경찰이 술에 취한 사람에게 맞아 다쳐도 서류 작성이나 법정 출두 등 절차가 복잡해 행정절차를 꺼리는 경향이 많다”며 “재수 없으면 신분상 문제까지 생길 수 있어서 참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주취자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술에 취해 저지른 폭력, 술에 취해 도로의 흉기로 변하는 음주운전, 술자리라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인격모독이나 성추행 등은 맨 정신때보다 훨씬 더 엄격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평상시라면 하지 않았을 행위를 술 마셨을 때 저지른다면, 그에게는 음주가 곧 범죄의 시작이다. ‘술김에…’ 혹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변명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mk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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