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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사라지는 엿장수
‘찰가락 찰가락.’ 10여 년 전만 해도 재래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엿장수의 찰진 가위질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엿장수가 있었던 그 자리에는 수입과자 가게가 들어서 세월의 무색함을 일깨워준다.

필자의 어린 시절, 엿판이 얹힌 손수레를 끌고 가위질하던 엿장수가 동네 골목에 나타나면 꼬마들은 놀다가도 각자의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리고 이내 꼬마들은 빈병과 고물을 모아 엿과 바꿔먹으려고 길게 줄을 섰다. 


재미있는 일은 집에 빈병이나 고물이 나올 때 쯤 어떻게 알았는지 엿장수가 골목에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가끔은 달달한 엿을 먹기 위해 멀쩡한 운동화나 냄비도 어머니 몰래 들고 나갔다가 크게 혼이 난 적도 있다.

엿장수 주변으로 몰려든 아이들은 고물을 내밀며 “많이 주세요”라고 보채면 엿장수는 “엿장수 마음이”하면서 엿판 위에 끌을 대고 가위로 쳐 적진 않을 만큼 판때기 엿을 끊어주거나 가래엿을 건네주었다.

빈병과 고물을 수집하던 엿장수의 자취가 사라지고 있다. 이젠 더이상 엿장수가 골목길을 찾아오지 않는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가던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우리네 생활형편이 고물을 모아 엿을 바꿔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나아진데다 아이들도 풍부한 먹거리 덕분에 더이상 엿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이런 탓일까 엿장수가 찾아오지 않는 골목길에는 갖가지 빈병과 고철 덩어리들이 재활용품을 분리돼 수거되고 있다.

한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엿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10명 중 9명 정도 몰랐다고 한다.

꼬마들의 달달한 간식거리이자 대표적인 슬로우푸드였던 엿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엿장수 마음”이라는 말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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