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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 100일] 칼바람뚫고 ‘참여 민주주의 2.0’ 가능성 보였다
-14차 촛불집회까지 연인원 1160만명 참여
-朴퇴진부터 세월호ㆍ적폐청산까지 의제 광범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지난해부터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토요일 저녁을 환하게 밝혔던 촛불집회가 지난 5일로 100일을 맞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은 지난 100일간의 시간동안 국정을 농단한 권력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한국 사회의 각종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민주주의를 회복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6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에 따르면 지난 4일 열린 제 14차 촛불집회까지 참가한 시민들의 연인원은 총 1160만명에 이른다. 이날 열렸던 집회에도 서울 40만명 등 전국에서 약 42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왔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5일 박 대통령이 ‘정규재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입장에 대해 비판하고, 지난 3일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다.


입춘이 지나며 날씨가 포근해지고,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다가오며 광장에 나서는 시민들의 수도 더욱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차 집회 당시 14만6000명이었던 촛불 시민의 수는 13차 35만명, 14차 42만명으로 점차 증가했다. 직장인 이승준(32) 씨는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지금이 가장 중요할 때”라며 “참석자가 줄어든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현장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대학생 성덕영(25) 씨는 “줄어드는 참가자수에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며 “마음놓고 있다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29일 3만명이 참가한 첫 집회 이후 100일을 맞이한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 부활과 진화를 동시에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촛불을 통해 구체화된 시민들의 열망이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조건부 퇴진’과 ‘탄핵 연기’ 주장이 제기되던 지난해 12월 3일에 열린 촛불집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32만명의 시민들이 참가했고, 결국 엿새뒤인 9일엔 국회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이어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도 촛불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강도높게 진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를 대상으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 여부 수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수사를 통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구속시킨 일도 촛불 시민들의 응원 덕분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촛불집회는 전 연령ㆍ계층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연대하고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는 물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한ㆍ일 위안부 합의 폐기,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재벌ㆍ검찰ㆍ언론 개혁, 노동개악 반대 등의 사회 전분야에 걸친 문제들이 의제로 다양하게 논의됐다. 촛불집회에 총 6회 참가했다는 시민 이모(46ㆍ여) 씨는 “반대 세력에서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석기 석방 관련 주장까지도 공론의 장에 올려져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 열린 공간으로서의 촛불집회가 갖는 가장 큰 힘”이라며 “스스로 현안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해 자신의 입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민의 모습이야 말로 바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온갖 혐오의 말을 쏟아내며 갈등을 부추기는 와중에도 촛불 시민들은 (비폭력 등으로) 의연히 대처하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조항을 살아있는 권리로 만들고 있다”며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촛불은 일터와 사회로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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