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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메르스, 조류독감 그리고 가짜 뉴스
우리 사회는 지난 2년간 전염병의 공포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2015년의 메르스 사태와 2016년 조류독감은 우리 사회가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2017년 정유년 모든 사람들의 소망 중 하나는 전염병이 없는 안전한 사회일 지도 모른다.

새해에 창궐이 의심되는 전염병으로는 가짜뉴스를 꼽을 수 있다. 가짜뉴스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유통되는 엉터리 뉴스들을 지칭한다. 가짜뉴스는 생물학적 전염병은 아니지만, 전염병과 매우 유사한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어떤 징조나 기미없이 갑자기 나타나며, 매우 빠른 속도로 퍼지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기 전에 갑자기 사라지지만, 그 상처는 매우 크다. 그리고 사람에 의해서 전염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미국 대선은 가짜뉴스로 인해 큰 곤혹을 치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의 지지를 선언했다”,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팔았다” 등의 가짜뉴스가 페이스북을 통해 유통되었으며, 아직 공식적인 조사는 안됐지만, 트럼프의 당선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고 의심되고 있다.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대선 3개월 전부터 페이스북에는 가짜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끈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 UN 사무총장이 반기문 씨의 대선 출마를 반대했다”, “촛불시위 참여자들은 종북이라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등의 가짜뉴스가 탄핵 및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려 생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은 9월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가짜뉴스 탐지를 위한 특별기구 설립과 함께 해당 범죄에 5년형의 징역형이 가능하도록 법제도 정비를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도 중앙선관위를 중심으로 가짜기사 대응방법을 강구 중이다. 가짜뉴스의 가장 큰 유통 플랫폼인 페이스북도 가짜뉴스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일단, 가짜 뉴스인지 사람들이 체크하도록 해서 그걸 보여주는 방식을 도입할 듯하고, 후에 인공지능으로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기술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메르스나 조류독감 등의 생물학적 전염병 대응을 위한 두 가지 핵심 기술은 탐지기술 및 예방기술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짜뉴스 대응을 위한 핵심 기술도 탐지와 예방일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밝혔듯이 가짜기사 탐지기술의 중심에는 인공지능이 있는데, 기존의 기사들과 비교하여 너무 다른 기사를 찾아내는 것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핵심기술이다. 신문기사들을 분석하여 각 신문사의 논점의 차이를 정량화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되었으며, 이러한 기술은 가짜기사 탐지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가짜기사의 예방을 위한 기술 중, 최근에 매우 흥미로운 연구는 가짜뉴스를 위한 백신의 개발이다. 케임브릿지, 예일, 조지메이슨 대학의 공동 연구자들은 평소에 진짜 뉴스만을 보여준 그룹과 약간의 가짜뉴스를 섞어서 보여준 그룹에게 새로운 가짜뉴스에 반응하는 행동을 비교하여, 평소에 약간의 가짜뉴스에 노출돼있는 그룹이 새로운 가짜뉴스에 훨씬 합리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즉 가짜뉴스에 대한 심리적 백신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세계적 과제들’(Global Challenges)에 발표됐다.

가짜뉴스는 전염병이다. 전염병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며, 백신보다 더욱 효율적인 예방방법은 주위를 깨끗이 하고 건강한 생활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가짜뉴스의 대응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탐지와 심리적 백신의 적용보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뉴스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고 적용하는 건강한 국민의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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