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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불황에 소주도 복고풍? 50ㆍ10년전 상표 다시 등장
부산에선 ‘대선’, 광주에선 ‘보해골드’ 재등판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ㆍ광주) 기자] 소주시장에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50년전 부산소주 상표였던 ‘대선(大鮮)’은 1930년 일본양조에 맞서 ‘우리의 술을 만들자’는 자부심을 담아 ‘대조선양조’로 출발한 대선주조의 대표상표이다.

올해로 87주년을 맞은 대선주조가 주력 상품인 시원블루를 리뉴얼하면서 50년전 상표 ‘대선’을 지난 20일 다시 세상에 내놓으면서 시장의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는 것.


30일 저녁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의 한 식당에서는 ‘대선’ 소주가 단연, 화젯거리였다. 명절을 맞아 부산을 찾은 박종욱(72세) 씨는 일상처럼 해물전과 소주를 주문했다. 주문한 소주가 탁자에 올려지자 박 씨를 비롯한 일행 세명의 시선은 일제히 소주에 붙은 라벨로 모아졌다. 소줏병을 들고 이리저리 훝어보던 일행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주인에게 물었다.

“어허 옛날적 소주를 우째 식당에서 파는교? 이 소주가 아직도 남아있는교?” 시원블루의 리뉴얼 소주 ‘대선’을 보고 반갑기도하고, 의아하기도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박 씨는 “젊은 시절 마셨던 소주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면서 “소주한잔에 추억도 덤으로 얻는 것 같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젊은세대에게도 소주의 ‘복고 바람’은 색다른 반응을 끌어냈다. 부산 소주는 ‘대선, 시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조선양조가 일본양조에 대항한 민족의 자존심이 담긴 소주였다는 것은 새롭게 알게됐다는 반응이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김영진(28세) 씨는 “부산의 소주가 민족의 자부심을 세우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뜨거웠다”면서 “최근 젊은이들의 술자리가 수입주류에 잠식당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리뉴얼 출시된 ‘대선 시원블루’는 1965년 출시한 ‘대선 소주’의 라벨을 사용했다. 50∼60대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세대에서는 복고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다. 1960년대 부산 동구 범일동에 있던 대선주조 공장을 배경으로 한 광고포스터를 내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부산지역 주류업계에서는 부산지역 소주를 자부하는 대선주조가 수년째 시장점유율에서 25%대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주력제품인 시원블루를 리뉴얼한 것으로 보고, 소주업계의 복고 바람이 점유율 반등 불씨를 지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광주지역에서도 10년전 술맛과 도수를 살린 복고풍 소주가 출시됐다. 전남 목포에 위치한 보해양조는 술맛, 병 디자인을 예전 것 그대로 살린 ‘보해 골드’를 최근 시장에 내놨다. 2007년 단종된 보해골드가 10년 만에 재출시되면서 순한 소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23도짜리 고도주(高度酒)가 재등장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보해양조의 고도주 출시를 계기로 우리나라 소주 시장의 알코올 역사도 관심을 끈다. 1920년대, 소주가 처음 나왔을 때는 알코올 도수가 35도였다. 그러다가 1973년, 진로가 25도 소주를 내놓으면서 국민 소주가 됐다. ‘국민 소주 25도’ 시대를 이어가던 중 1998년 23도 소주가 나왔다.

광주지역 유통업체 관계자는 “출시된지 두세 달 지나야 시장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며 “과거 고도주를 즐기던 소비자들의 추억과 복고바람이 보해 골드의 옛 명성을 되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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