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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ople & Data] 탄핵 결론 못보고 떠나는 박한철 헌재 소장…세번째 ‘소장 공백’ 국회·정치권에 쓴소리
“로펌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자유인이 된다면 국가로부터 받은 과분한 은덕을 어떻게 돌려드릴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4월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에서 박한철(64ㆍ사법연수원13기) 소장은 퇴임 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리고 4년여의 시간이 흘러 박 소장은 ‘자유인’이 됐다.

3년10개월의 소장 임기를 마친 박 소장은 31일 퇴임식을 끝으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를 떠났다. 2011년 2월 1일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후 소장이 되기 전까지 보낸 2년 2개월의 시간을 합치면 헌재에서 꼬박 6년을 지낸 셈이다.



박 소장은 검찰 재직 시절인 1996년 헌법연구관 생활을 하며 처음 헌재와 인연을 맺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검사 출신 첫 헌재소장이 된 그는 임기 막판 박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렸다.

그러나 임기 만료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떠나게 된 그는 대신 퇴임사에 못다한 메시지를 담으려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 연휴에도 출근했던 박 소장은 이날 오전 퇴임식 직전까지 퇴임사를 직접 수정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초대 조규광, 2대 김용준, 3대 윤영철, 4대 이강국 등 역대 헌재소장이 모두 6년 임기를 채운 것과 달리 박 소장은 최단기 재임한 소장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박 소장은 탄핵심판을 포함해 ▷헌법소원심판 ▷위헌법률심판 ▷권한쟁의심판 ▷정당해산심판 등 헌재법이 규정한 ‘5대 사건’을 모두 심리하는 기록을 남겼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1988년 헌재 출범 이래 첫 정당해산 사례였다. 지난해엔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싸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이 벌인 권한쟁의 사건을 심리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부터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매진해왔다. 이외에도 간통죄 위헌(2015년), 김영란법 합헌(2016년), 사법시험 폐지 합헌(2016년)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선고를 잇달아 내리며 시선을 헌재로 집중시켰다.

그러나 통진당 해산 결정 유출 의혹은 오점으로 남는다. 헌재가 통진당 사건을 두고 청와대와 사전에 교감한 것으로 해석되는 내용이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기록돼 의혹이 제기됐다.

박 소장은 임기 중 최고 재판기관의 위상을 두고 대법원과 힘겨루기도 벌였다. 지난해 3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그는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시스템에 대해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며 “이 문제는 헌법재판관의 민주적 정당성과도 관련 있다. 대법원장이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상황에서 지명한 헌법재판관이 권위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박 소장 후임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헌재는 세 번째 ‘소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2006년에도 윤영철 소장 퇴임 후 129일간 소장 자리가 비워져 있었고, 2013년 이강국 소장 퇴임 후 80일간 공백이 있었다. 박 소장은 “연속해서 공석이 발생하고 있는데 10년 이상 아무런 후속 입법조치도 없이 방치한 국회와 정치권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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