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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한 표 후회”“朴 안쓰럽다” 차례상 앞‘시국토론’뜨거웠다
설 연휴를 맞아 각지에서 일가 친척들이 모여든 전국 각 가정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최순실(61ㆍ최서원으로 개명) 등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처벌, 촛불집회 등을 둘러싸고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설 연휴 기간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ㆍ경북(TK) 지역에서도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박 대통령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평소 모습과는 달리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불과 5년전인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TK 지역의 지지율은 무려 80.8%에 이르렀다.

고향인 경북 의성에 모인 송용철(가명ㆍ65)ㆍ송성창(가명ㆍ56) 씨 형제는 박 대통령이 탄핵을 피할 수 없을 정도의 헌법 위반 행위를 했고, 사법적으로도 처벌받을 만한 잘못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이 일치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서 표를 던졌다는 송용철 씨는 “박 대통령이 잘못한게 너무 많고, 벌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성창 씨도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서 투표한 게 너무 후회되고, 나의 한 표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 및 각종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촛불집회에 대한 생각은 극명하게 갈렸다.

송용철 씨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일당을 받고 갔다 증언하는 사람이 주변에 여럿 있다”며 “생계를 팽개치고 상경해서 촛불시위를 한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반면 송성창 씨는 “국민들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1000만명이 넘게 전국에서 정부를 비판하러 나왔겠냐”며 “청와대에서 버티고 앉아 헌재 판결까지 훼방하려 드는 박 대통령이 국가를 혼란시키는 원흉”이라고 했다.

TK지역 가정 중에선 박 대통령 선출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정치적인 주제의 토론을 자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짧게 진행된 시국토론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의 목소리와 현 시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대구에 모인 양효선(가명ㆍ52ㆍ여) 씨는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 가운데 깨끗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며 “모두 ‘카더라’ 식으로 알려진 내용들로 탄핵이 진행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사람은 누구든 실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생 양유현(가명ㆍ47) 씨도 “요즘은 헌법 위에 떼법이 있다고 지금껏 제기된 문제들 가운데 속시원히 검증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소문들만 갖고 탄핵을 진행하면 나라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TK를 제외한 지역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서울 송파구에 일가족이 모였다는 정수원(31) 씨는 “일가 친척들이 모두 한 번 이상 촛불집회에 나간 경험이 있다고 밝힐 정도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오고 갔다”며 “하루빨리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데 일가 친척들이 모두 동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가족구성원들간의 출신 지역이 다른 가정에선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일명 ‘벚꽃대선’에 대해선 이견도 있었다. 대전에 일가족이 모였다는 진승오(29) 씨는 “탄핵 조기 인용, 박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정경유착 척결 등에 대해서는 일가 친척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다만, 경북 출신인 고모부와 전북 출신인 아버지 사이에 차기 대선 주자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고 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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