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표창원 의원 ‘곧바이전’ 유감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도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1863년)가 상위권에 들 것이다. 1865년 아카데미살롱에 출품, 입상한 이 작품은 당시 혹평과 야유에 시달렸다. 여성의 나체를 이상화하지 않은데다, 손님이 보낸 꽃다발 등 당시 파리에서 공공연하던 매춘 문화를 꼬집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모델의 도전적 눈빛은 평론가와 관객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해, 아카데미살롱 측은 ‘올랭피아’를 천장 가까이 높이 걸어야만 했다. 그림을 훼손하려는 성난 관객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이 ‘올랭피아’가 2017년 한국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주최한 ‘곧, BYE! 展(곧바이전)’에서다. 전시에 참여한 이구영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을 출품했다. 박 대통령의 복부엔 강아지 두 마리와 선친인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 사진, 사드 미사일이 그려져 있고, 주사기로 만든 다발을 든 최순실이 하녀로 등장한다.

그림이 공개되자 정치권은 물론 온라인까지 즉각 논란에 휩싸였다. 작가는 “이 그림의 핵심은 금기에 대한 도전이며 권력자들의 추한 민낯을 드러낸다는 ‘누드’ 작품”이라고 설명했으나 논란을 진화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림은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훼손됐고, 이제는 예술에서의 오래된 논제 ‘표현의 자유’로까지 번지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반발한 전시로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다는 주최측의 의도는 명확한 듯 하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정치적 차원을 넘어, 공감과 새로움이 예술의 생명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패러디의 핵심 또한 위트의 미학에 있지 않나.

1865년 욕을 먹었던 마네의 ‘올랭피아’는 이후 인상주의 씨앗이 됐다. 검은 배경 속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여인을 그리는 그 평면적 기법은 당시 회화적으로도 참신한 기법이었다. ‘더러운 잠’은 선을 넘은 의도성으로 혐오감만 낳았다. 여기에 한국미술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