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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이후 한국경제] 안쓰고 안먹고 안입고…‘소비절벽’ 바닥이 안보인다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나흘간의 공식 설 연휴가 30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설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악의 명절 경기를 지나왔지만, 침체된 내수에 따른 불황은 언제까지 더 이어질 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는 국내 정치불안은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와 고용을 망설이게 하는 덫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청탁금지법’은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계란 파동’으로 이어진 장바구니 물가 상승과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는 소비심리를 옥죄고 있다.


내수 소비가 쪼그라들면서 고용 사정은 한층 악화됐다. 돈을 벌어 이를 시장으로 다시 공급해야 하는 소비자가 줄어들며 내수까지 감소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안쓰고 안입고 안먹는 ‘소비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전달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최악 수준이다. 특히 6개월 이후를 전망하는 생활형편전망지수는 2포인트 하락했다. 지금의 생활수준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뜻으로 이들이 지갑을 걸어잠글 것은 불을 보듯 당연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4분기 성장률 하락원인을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민간소비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 것만 봐도 내수침체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비중이 얼마 큰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소비 악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미국발 금리인상의 후폭풍이 그 이유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 2014년 1025조1000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늘어 현재는 1300조원까지 넘어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014년의 전년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6.7%에서 2015년에는 11%까지 올라갔다.

자영업자 부채는 더 심각하다. 가계부채의 또다른 형태인 자영업자 부채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었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비(非) 1금융권에서 급증하며 대출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시한폭탄’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가계대출 금리 인상도 위험요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연말 금리 인상에 이어 올해 3차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엄포한 이후 국내 금융권에서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현실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12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3.29%로 22개월만에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 가중은 당연한 수순이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이 돈을 쓸 여유가 없어지며 내수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가 높다”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전망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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