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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자와 전통시장…느와르와 앙상블 사이
[헤럴드경제]정치의 계절, 전통시장이 또 다시 무대 전면에 오를 때가 왔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시장이다. 변한 건 집권자 혹은 예비 권력자들이다. 그들은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닐 장소로 시장을 배제하지 않는다. 탄핵심판으로 권한이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으로 인해 시장의 출연 시기가 앞당겨졌다.

민심이 꿈틀대고, 표심이 좌우되는 현장. ‘벚꽃대선’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 속에 정치인과 시장의 만남은 그 자체로 얘깃거리를 낳는다. 정치인에게 관건은 시장에 어떻게 접근하느냐다. ‘서민 코스프레’하는 가면을 쓴 부류인지, 아닌지 금세 판명난다. 시끌벅적하게 수행원ㆍ경호원을 대동한 정치인들이 시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단 점을 점차 많은 대중이 알아채서다. 정치인과 시장의 느와르 혹은 앙상블의 결과는 꽃샘추위와 함께 시작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성대전통시장을 찾아 설맞이 음식을 고르고 있다. [출처=문재인 페이스북 동영상 캡쳐]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판세를 볼 때 가장 유력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는 전통시장 방문을 통해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부각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성대전통시장을 찾아 설 맞이 장보기를 했던 사실이 27일이 돼서야 알려졌다. 문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 관련 동영상이 올라오면서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김병기 의원과 함께 한 이 영상의 제목은 ‘세 남자의 설날 장보기-첫번째 이야기’다. 문 전 대표는 20만8000원으로 장보기를 하는 미션을 완수하는 형식으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조기 한 마리에 5000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벌벌벌 떨면서 먹어야 겠네…”라는 등 평범한 50~60대 남성이 장보기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동영상 제목에 ‘첫 번째 이야기’라는 단서가 달려 있음을 감안하면, 이런 형식의 시장 탐방은 이후에도 이어져 지지자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얘기하고 있다. [출처=황교안 페이스북]

문 전 대표의 이런 행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권한이 정지되기 전까지 자주 진행한 시장 방문에서 ‘반면교사’를 찾은 걸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 통영 중앙시장, 울산 태화종합시장, 구미새마을 중앙시장 등을 집권 전후 즐겨 찾았다. 지지율이 고착상태일 때나 명절을 앞두고 정치적 동력을 얻기 위한 행보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보유한 거대한 팬덤 덕분에 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유력 연예인에 버금갈 정도의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경호상의 문제 등으로 상인과 진솔한 대화를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문 전 대표의 시장 방문 동영상은 한층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대중에 익숙한 황교익 칼럼니스트를 활용해 제수음식 활용 팁을 동영상에 첨가한 점은 문 전 대표 캠프 관계자들이 시장과의 앙상블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점이 읽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시장을 찾았다. 대선 출마와 관련해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 정치권에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여러 해석을 낳을 행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건재’했다면 분명히 진행했을 시장방문을 황 대행이 대신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그는 지난 25일 서울 양천구에 있는 신영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전통시장 육성을 위한 정책 의지를 밝혔다. 그는 신영시장 상인회를 방문, “전통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는 문화와 관광이 결합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7월1일 세월호 참사 이후 첫 민생핼보로 충북 청주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황 대행은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해 떡과 고기, 과일, 건어물 등을 명절 물품들을 직접 구입했다. 그가 이날 산 물품은 인근 복지시설에 전달해 소외된 이웃의 명절 나기에 보태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장 방문 때 샀던 농산물의 ‘용처’가 불확실했던 점과 다른 대목이다.

대선 주자군에 속한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27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화재복구 상황을 살피고 상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그는 “명절 앞두고 상인분들 마음이 그러실 것 같아 찾아뵈러 왔다”며 “모두 어려움을 이기고 빨리 일어나 주시기 바라며 서문시장이 장기적으로 최고 재래시장이 될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고 했다.

대선주자들의 전통시장을 향한 ‘러브콜’은 대선 일정 윤곽이 더 확실하게 드러나면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친서민 행보를 보일 정치인들의 진심을 살필 절호의 기회이며, 선택의 실패를 줄일 찬스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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