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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차례상 ②] 우리 집은 차례상에 ‘치킨’ 올린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 유학 서적엔 없어
-‘차례음식은 음복하는 것’…격식보다 정성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한 10년도 더 됐다. 차례상에 피자를 올린 것을 두고 요즘 세태를 논하던 것 말이다.

차례라는 것이 본래 조상을 기리는 날이지만, 차례가 끝나면 가족과 차례 음식을 먹으며 복을 나누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실용주의가 확산되면서 설 차례상이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치킨 이미지.

서울 광장동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박모 씨는 차례상을 ‘아이들이 잘 먹는 것’ 위주로 차린다. 그는 “명절마다 제수를 올리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에요. 제대로 차리려면 허리가 휩니다. 음식도 많이 남고요…. 그래서 몇년 전부터는 우리가족이 맛있게 먹을 음식으로 차례상을 준비합니다”라고 했다. 박 씨는 이번 차례상에 치킨과 만두, 파인애플 등을 올릴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차례 음식을 차리는 방법에는 ‘홍동백서(紅東白西ㆍ붉은 과일은 동쪽, 흰빛의 것은 서쪽에 늘어놓음)’, ‘조율이시(棗栗梨枾ㆍ대추, 밤, 배와 감. 제사상에 놓는 기본 4가지)’, ‘좌포우혜(左脯右醯ㆍ육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에 차리는 격식) 등 까다로운 규칙이 따른다. 금기시 되는 음식도 있다. 복숭아는 혼령을 쫓는 힘이 있다고 해서 올리지 않고 꽁치, 멸치, 갈치 등 ‘치’로 끝나는 생선도 금지된다. 마늘이나 향이 강한 양념, 붉은색의 음식 역시 안된다.

정성스레 차린 음식이 종류나 놓여있는 위치에 따라 경중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전통과 예의에 벗어나는가라는 질문은 늘 화두가 돼 왔다. 이러한 차례상이 효(孝)를 져버리는 일일까.

한국 유교문화의 본산인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은 차례상을 차리는 데 언급되는 엄격한 규칙은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고 선을 긋는다.

박 의례부장은 “차례 음식은 음복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사는 후손들이 하는 행사이니 요즘 시대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올려도 예에 어긋나지 않는다. 진귀하고 구하기 어려운 음식이 아닌, 제철에 맞는 음식을 올리면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하는 말은 어떠한 유학 서적에도 씌여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다리게 휘어지게 차리지 않아도 정결한 마음으로 제사를 드리면 된다는 말이다.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이면 더욱 좋다.

물론 형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례집람’(家禮輯覽)이라는 예서(禮書)에는 제사상이나 차례상 가장 앞에 과일을 두도록 하고 있다. 신과 교접한다는 의미로 술도 반드시 올라야 한다. 술에 따라오는 안주인 고기도 필요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드실 밥과 국을 준비해야 하며, 나물도 준비해야 한다.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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