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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심판] 헌재 떠나는 박한철에 대통령 측 “국회와 내통하나”…씁쓸한 마무리
-마지막 재판서 대통령 측으로부터 공정성 공격받아
-박 소장 “용납 못해…재판부 모독” 얼굴 붉혀
-대통령 측 “공정성 의심할만” 총사퇴 가능성 시사
-권성동 위원장 “총사퇴하면 또 심리지연 돼”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을 시작하면서 퇴임 전 마지막 재판을 진행하게 된 소회를 이례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밝혔다. 소장 대행을 맡게 될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날짜를 고려해 적어도 3월13일 전에는 최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박 대통령 측에선 즉각 반발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전날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JTBC에 나와 “3월9일께 선고가 있을 걸로 본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헌재와 국회 측이 선고 일정을 두고 협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사진=헤럴드경제DB]


박 소장은 “두 명의 재판관이 공석이 되면 탄핵심판 절차가 제대로 진행 안 되니 그 전에 선고돼야 한다는 뜻”이라며 “당사자의 충분한 입증과 반론을 다 들은 다음에 끝낼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 측이 무리하게 신청한 증인도 다 들어주면서 배려하지 않았나”라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급기야 이 변호사는 “(권성동 의원이 맡고 있는) 법사위원장이 헌재와 대법원을 관할하는 자리다. 앞으로 저희가 신청한 증인들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저희들은 헌재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중대한 결심을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대리인단이 총사퇴할 수도 있다는 뜻을 재판관들 앞에서 내보인 것이다. 탄핵법정은 술렁거렸고, 재판관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자신의 마지막 재판에서 공정성을 의심받은 박 소장의 얼굴도 붉어졌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을 바라보며 “그동안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대리인의 요청들을 받아들여왔는데 마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서 말하는 건 유감스럽다. 그 얘기는 용납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임기를 마치면서 재판부 구성이 비상상황으로 접어드니까 양측에 협조를 바라는 취지이지 다른 의견은 없다. 근데 마치 물밑에서 다른 의사소통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재판부에 대한 모독이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 대표 이중환 변호사 [사진=헤럴드경제DB]


이 변호사는 결국 “그런 취지라면 죄송하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박 대통령 측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어서 서석구 변호사가 마이크를 잡고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박 소장은 결국 “그만하시라. 같은 말 반복하지 않겠다”며 더 이상 대응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의 ‘트집’은 장외에서 계속됐다. 변론을 모두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이 변호사는 “중대결심이 총사퇴를 뜻하냐”고 묻자 “변호인의 중대결심이란 게 뻔하지 않냐”며 인정하는 취지로 대답했다.

이 변호사는 또 “박 소장의 말씀에 상당히 충격받았다. 권성동 위원장이 방송에서 한 말과 오늘 박 소장의 발언 내용이 상당히 유사하다”며 “그럴 리 없다고 믿지만 만약 그런 일(헌재와 국회 간의 내통)이 있다면 공정성 의심할 만하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권성동 위원장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총사퇴가 결국 탄핵심판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위원장은 “사퇴하면 새로 선임된 대리인이 기록을 검토하겠다며 일정 시간을 요청할 텐데 재판부가 거절하기 어렵다”며 우려했다.

퇴임 전 마지막 재판에서 한바탕 설전을 치른 박 소장은 이날 오후 변론을 마치면서 “그동안 탄핵심판이 비교적 원만히 진행된 것처럼 앞으로도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협조해줄 것을 부탁한다. 소추위원과 대리인 모두 수고 많았다. 감사하다”고 말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심판정을 잠시 바라본 뒤 퇴장했다. 박 소장은 오는 31일을 끝으로 6년 간의 헌법재판관 생활을 마무리한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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