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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고물가·고용절벽 심화…명절이 반갑지 않은 ‘苦’씨네
제조업 불황에 베이비부머들 퇴직 권고
중기 10곳중 9곳 “올 경기 부정적” 응답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보다 0.8%P 올라
지갑에서 나가는 ‘체감물가’는 몇배 껑충

대학 졸업 앞둔 취준생 아들세대도
친지들 ‘취업했나’ 질문 걱정에 한숨만…

‘설은 질어야 좋고, 추석은 밝아야 좋다’

우리 조상들은 설 즈음이 되면 눈이 많이 오길 기대했다. 눈이 땅을 덮어 이불 구실을 해 농작물이 어는 것을 막고, 수분 공급이 잘 돼 농사에 이롭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설을 앞둔 우리 경제는 ‘서설(瑞雪)’이 아닌 경제위기 ‘눈사태’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지경이다. 서민경제는 더 심각하다. 설 명절 기분을 내기는커녕 당장을 가계 살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최악의 경기…가장의 한숨=‘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인 1960년생, 57세의 고(苦)경기 씨. 설 명절 연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마음은 무겁기만하다. 30년간 일해온 직장에서 퇴직을 권고해왔기 때문. 중소 기계 부품업체인 고 씨의 직장은 제조업 불황 속에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문제는 올해 사정도 별반 나아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밝힌 올 1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89.9를 기록해 8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하회했다. 2012년 유로존 위기 이후 최장 기록이다.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중소기업은 몸살을 앓듯 고 씨의 직장 같은 중소기업은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7년 중소기업 경기전망 및 경제환경 조사’에 따르면 올해 경기가 지난해 수준 혹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87%에 달했다. 올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중소기업이 10곳 중 9곳에 달한다는 뜻이다.



▶장보기가 겁나는 가정주부=고 씨의 아내이자 맏며느리인 박부진 씨는 이번 설 명절 이후 가계부와 씨름을 하게 생겼다. 당장 전을 부쳐야 하는데 계란 값이 천정부지다. 수입 계란이 시중에 풀리며 그나마 값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만원 가까운 계란값은 부담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설 차례상 구입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은 25만3000원, 대형유통업체는 34만원 선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론 지난해보다 각각 4.9%, 0.7% 상승했다는데, 박 씨의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그 몇 배가 되는 기분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12월 100.79로 전달보다 0.8% 상승했다. 지난 여름 폭염부터 상승세가 이어져 1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배추, 무 등은 두 배 넘게 뛰었다. 생산자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앞으로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졸업이 곧 실업자’ 아들도 괴롭다=고 씨의 아들 고청년 씨. 다음달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 씨는 이번 설 명절 집으로 몰려들 친지들에게 취업을 묻는 ‘고문’을 당할 일이 걱정이다.

사실상 실업자가 45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취업준비생, 쉬었음, 고시학원ㆍ직업훈련기관 등 학원 통학생, 주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을 모두 합한 숫자다.

졸업을 앞둔 청년 씨도 ‘사실상 실업자’에 포함될 날이 머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자니,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5~9급 공무원 응시인원은 총 70만6000여명. 국가직 7급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은 76.1대1, 국가직 9급 경쟁률은 53.8대1이었다.

일반 기업 취업도 만만치 않다.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 속에 기업들은 상반기 채용 계획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괜찮다는 기업들도 경기 위축에 채용 인원을 줄이는 추세다. 지난 연말 고용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 300인 이상 사업체의 채용 계획이 9% 가까이 감소했다. 정부에선 모든 부처에 ‘일자리 국장’을 두고 상반기에 공공부문 채용을 집중하겠다고 하지만 곧 취업시장으로 쏟아질 대학 졸업생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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