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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서도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좌파 혐오증’
차은택 “윤정섭 左성향이라 탈락”
최순실, 수석들 임명전 성향 확인

특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편가르기’ 인사를 폭로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이 열린 23일 헌재 대심판정엔 차은택 씨가 증인으로 나와 그동안 자신이 보고 겪은 현 정부의 인사전횡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차 씨의 증언은 엉뚱하게도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차 씨가 “최순실 씨는 대통령에 버금가는 힘이 있었다”고 진술하자 박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는 “그게 사실이라면 증인이 최 씨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추천한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영화감독 이현승 씨는 왜 탈락했겠는가”라며 최 씨의 인사 개입을 반박하고 나섰다.

잠시 망설이던 차 씨는 “국민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최 씨가 누군가에게 듣고는 두 사람이 좌파 성향이라는 이유로 탈락됐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래서 정치적 성향이 없는 제 선생님(김종덕 전 장관)을 추천한 것이다”고 했다.

차 씨는 또 “최순실 씨가 김성우 전 SBS 기획본부장 프로필을 보여주며 좌파 성향은 없는지 직접 만나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 그뒤 김 전 본부장은 청와대 홍보수석에 임명됐다”고 해 사상검증이 있었음을 재차 폭로했다. 비선실세 의혹을 털어내려던 박 대통령 측은 오히려 차 씨의 증언으로 재판부에 더욱 불리한 내용을 각인시켜준 꼴이 됐다.

박 대통령 측이 차 씨 본인도 진보 인사로 평가된다고 말하자 그는 “국민 누구나 분노할 수 있는 세월호에 대해 글을 올렸고, 5.18 묘역을 참배한 것도 그곳을 들르면 당연히 참배하는 거니까 참배한 것”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헌재에 나와 자신의 진보적 성향 때문에 임용 과정에서 질문 세례를 받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김 전 수석은 “내 저서와 논문에 미국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동성애자의 인권을 언급하는 내용이 있어 질문을 받았다”며 “나는 미국 흑인문학 전공자로서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일 뿐 안보적으로는 보수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역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문화계에 좌파 단체가 득세하고 체육계도 문제가 많아 정부 뜻대로 정책을 추진하기 힘들다”는 말과 함께 미르ㆍK스포츠 재단 모금을 지시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안 전 수석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승철 부회장은 전날 헌재 증인신문에서 “내가 말한 게 사실”이라며 “내가 (안 전 수석에게) ‘체육계에도 무슨 우파가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어 헌재 증인신문으로 현 정부의 편가르기 인사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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