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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2017 대선과 해킹, 그 오싹한 상상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최순실씨와 하루 서너번씩 전화통화나 문자를 주고 받고 그중 이메일 확인 문자만도 240여회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한 순간 문득 우리나라 대선주자들이 오버랩됐다. 탄핵과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선택될지가 외국 해커들의 손에 달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보안의식 수준이 이정도라면 해커들의 공격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과 다름없다. 하긴 대통령도 차명폰을 쓴다는데 대선주자와 그 참모들에게 특별한 걸 기대하기도 힘들다.

생각만으로도 오싹한 이런 걱정은 현실이다. 지난 미 대선에서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대선주자들의 정보를 해킹해 폭로전문사이트인 위키피디아 등에 뿌렸다. 특히 힐러리와 트럼프의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힐러리에게 부정적인 정보만을 집중적으로 폭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보 요원’으로 분류되는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해킹 사건을 직접 배후 조종한 것으로 지목된 러시아군 총정보국(GRU), 러시아연방보안국(FSB) 등 5개 기관과 6명의 책임자에 대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키는 제재조치를 취했다. 트럼프의 당선이 러시아 해커들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도 이제 어쩔 수 없다. 트럼프는 러시아 제재를 조기에 해제할 수 있다는 묘한 발언을 한다.

해킹 피해는 항상 결과만 발표된다. 해커가 누구인가를 증명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해당 사건뿐 아니라 오랜 ‘추적’을 하며 증거들을 수집해야 가능하다. 증거가 있어도 공개할 수 없는게 대부분이다. 그건 정보기관의 정보원과 추적기술 등 모든 노하우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해커들의 방어로 정보의 출처만 날아갈 수도 있다. 러시아의 대선개입 사실에대한 미 정보기관의 발표 역시 ‘스모킹 건’이 없다는 불평을 불러왔다.

‘결정적 한방’을 가지고도 날릴 수 없기 때문에 해킹 피해는 결과만 발표될 뿐이고 받아들이는 국민들 입장에선 뭔가 찜찜한게 남는다. 그래서 해킹 피해 발표는 해당 기관의 신뢰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국민의 신뢰를 잃다못해 수시로 정치개입 의심까지 받는다. 사실로 드러난 것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선과 관련된 해킹을 적발해 발표한다해도 오해를 불러오고 불신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2017 대선이 걱정되는 이유다.

2017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곳은 너무나도 많다. 4000명 넘는 사이버 군대를 보유한 북한은 아마도 총력전에 나설게 뻔하다. 원하는 인물도 충분히 예측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주요 국가기관, 방산업체, 외교·안보 분야 공무원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자료 절취 목적의 해킹을 해왔다. 지난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최근 3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이 대선주자 관련 자료를 모으고 떨어뜨리고 싶은 후보의 부정적 정보만 인터넷으로 뿌려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누구도 그걸 걱정하는 듯 보이지 않는다.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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