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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정권교체든 정치교체든 뭔가 보여 달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환으로 대선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귀국 일성이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출판한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구체적인 집권구상까지 내놓았다. 정권교체를 통해 촛불혁명을 완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탄핵정국에서 급부상한 이재명 성남시장도 온라인 지지자들을 모아 ‘손가락혁명군’의 출정식을 가졌다. 그는 “재벌체제 해체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사자후를 토했다. 가히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시작된 분위기다.

이번 대선도 보수 대 진보간의 진영대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견고한 지지층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최순실 스캔들에 대한 보수층의 실망감이 감지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 반사적인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보수대단결론이 힘을 얻고 있다. 야권의 결집은 말할 것도 없다. 박근혜 정권과 이에 부역한 정치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신선해 보이는 반 전 총장에 대해서도 싸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사사건건 흠만 잡으려 하고 동정적인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반 전 총장에 대한 경계가 오히려 지나쳐 보일 정도다. 결국, 승패는 부동층(浮動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견고하게 고착된 보수ㆍ진보진영의 이탈이 없다면 결국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들 부동층의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화두로 던졌다면 무엇보다 기존 정치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의 말과 행동은 기존 여의도 정치와 얼마나 다를까. 좀 거칠게 말해서 귀국부터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보여주기식 언론플레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더 어설프고 부자연스러운 행동들이 그러지 않아도 못미더워하는 국민에게 웃음거리만 되었다.

반 전 총장이 정말 정치교체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주변에 포진한 구태의연한 인물을 싹 바꾸어야 한다. 그들의 머리에서는 정치공학적 술수 밖에 나올 게 없다. 국민의 마음을 읽고 진정 어린 말과 행동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고색창연한 안보플레임에 기대서 보수층의 지지나 얻고자 하는 안이한 생각만 심어줄 뿐이다.

야권의 문 전 대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권교체의 목표가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정권교체 이전에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 지금 정국의 주도권은 야권이 쥐고 있다. 보수진영의 분열로 더없이 좋은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 아무것도 못하면서 정권교체하면 뭔가 할 수 있을 거란 말은 빈 약속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대선에서 이긴다 해도 여소야대 정국은 피할 수 없다. 120석 남짓한 민주당으로 무엇이 가능한지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권교체 이후가 아니라 당장 2월 국회에서 뭔가 보여주기 바란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검찰개혁이야말로 국가의 기강을 세우는 첫걸음이라 했지만 그게 어렵다면 국회청문회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손보는 것이 절실하다. 수많은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국회를 모독하고 국민들을 절망케 했지만, 국회는 그 어떤 위엄도 보여주지 못했다. 많은 국민의 분노에 답하는 방법은 같이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를 희망으로 바꾸는 실천적 능력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못하면서 나중에 조건이 되면 뭔가 할 수 있을 거란 말은 하지 말기 바란다. 그런 약속에 한두 번 속은 게 아니지 않는가. 반 전 총장이든 문 전 대표이든 정말 자신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먼저’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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