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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게이트 재판] 법정서 책임 떠넘긴 조카와 이모
-장시호 “영재센터 사무총장 아니다” vs 최순실 “조카의 영재센터 사업 도운 것 뿐”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최순실(61) 씨와 조카 장시호(38) 씨가 17일 나란히 법정에 섰다. 동업자였던 이모와 조카는 자신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를 운영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17일 오전 10시 1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장 씨와 최 씨,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의 1회 공판이 열렸다. 재판이 시작되자 검은 사복 코트에 뿔테안경 차림인 장 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장 씨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 상태라 원한다면 사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할 수 있다. 그는 9살인 아들이 충격을 받을 것을 걱정해 수의가 아닌 사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연갈색 수의를 입은 최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카 장 씨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두 사람은 재판 진행과정에서 눈길 한번 주고받지 않았다. 최근 장 씨가 최 씨의 또다른 태블릿 PC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제출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냉기류가 흐르는 듯 했다. 담담한 표정의 장 씨는 고개를 들고 재판 전 과정을 지켜봤다. 이따금씩 미소를 짓는 모습도 목격됐다. 사진 촬영 당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최 씨는 촬영팀이 퇴장하자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김 전 차관이 두 사람 사이에 자리했다.

장 씨와 최 씨는 공통으로 받고 있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에 대해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었다. 장 씨는 ‘직업이 동계영재센터 사무총장이 맞느냐’고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재판장은 ‘그럼 전(前) 사무총장인가’라고 재차 물었지만 장 씨는 이 역시 “아니다”고 답했다.

장 씨는 이날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압박해 영재센터 후원금 총 18억 2800만 원을 타낸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범행사실은 모두 인정하지만 이모인 최 씨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최 씨는 조카의 사업을 도와준 것 뿐이라고 맞섰다.

최 씨 측 법률대리인은 “장 씨의 재단 설립취지를 듣고 공감해 구체적인 설립절차와 방법을 도와준 적은 있다”며 “(김 전 차관에) 후원할 기업을 알아봐달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특정 기업을 지목한 적은 없다”고 했다. 최 씨 측은 이날 장 씨가 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장 씨가 영재센터 업무보고를 받고 인사나 급여지급에 관여했다는 센터 직원들의 검찰 진술조서를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 씨 측이 제시한 조서들은 수사 초기 장 씨에 대한 자료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가 심화되면서 장 씨가 최 씨의 지시에 따라 영재센터를 운영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입증하겠다”고 했다.

장 씨와 최 씨,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삼성그룹이 영재센터에 총 16억 2800만원을 후원금으로 내도록 강요한 혐의로 지난 8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세 사람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GKL(그랜드코리아레저)를 압박해 총 2억원의 영재센터 후원금을 받아챙긴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최 씨 기획→장 씨 가담→김 전 차관 주도’의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결론내렸다. 최 씨가 정부나 기업의 지원금을 받아 사익을 챙길 목적으로 장 씨에게영재센터를 세우게 했다는 논리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최 씨의 부탁을 받고 삼성그룹과 GKL을 압박해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기업들이 문화체육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김 전 차관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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