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정 의심스럽다”…재판관 송곳 질의 국정농단 주역들 진땀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16일 헌법재판소에 나와 각각 6시간30분, 4시간30분에 걸쳐 ‘마라톤 증인신문’을 받았다.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유에 언급된 자신의 혐의를 시종일관 부인하면서 박 대통령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들이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와 직결되는 미르ㆍK스포츠 재단의 대기업 모금을 질의하자 어설픈 답변을 내놔 오히려 박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더 증폭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정부가 졸속으로 두 재단을 설립한 배경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강 재판관이 안 전 수석에게 “(창조경제ㆍ문화융성이라는) 좋은 취지로 재단을 만들었다면 기초 설계가 되는 기안문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묻자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연설이나 정상회담에서 말한 내용이 기본 바탕이 됐다”는 다소 허술한 답변을 내놨다. 강 재판관도 “기금 출연도 받아야 하고 어떤 부서가 담당할 지 기초 보고서가 있어야 했다”며 정부가 재단 설립을 서두른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전 수석은 “원래 전경련이 (재단 설립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2015년 10월)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 일정에 급히 맞추려다보니 정부가 서둘렀다. 준비가 덜 된 측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관들은 기금을 내놓은 기업 측 인사들이 재단 이사진에서 배제된 것을 두고도 의문을 표했다. 서기석 재판관은 “대기업들은 출연만 하고 끝난다. 이후 이사들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정부 예산을 투입해 재단을 운영한다고 기록에 나온다”며 “통상 재단은 출연자가 이사도 선임하고 그 출연금으로 운영하는데 무슨 이런 형태의 재단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안 전 수석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정부와 협업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지만 서 재판관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강 재판관도 “전경련이 실제 운영에 참여를 못한 데다 대통령의 중요한 정책인데 정부 인사도 아니고 전경련 사람도 아닌 최순실이 추천한 사람이 재단 주요 임원이 됐다. 이거 어떻게 설명하나”라고 재차 추궁했다. 안 전 수석은 “출연기업 대표들이 간섭한다는 얘기가 들릴까봐 (청와대가 임명한) 문화전문가로 꾸렸다”는 답만 반복했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개입한 것으로 지목된 최순실 씨 역시 이날 신문에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김필승 초대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직접 면접하고 이들의 이력서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재단 인사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