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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大 5·6학년생들“학비 부담, 취업 생각에 참아요”
전과·복수전공 이수 대학생 증가
취업 위해 시간·학비 추가 감수


#.서울시내 한 명문대학 인문계열에 재학 중인 한모(25)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제대 후 복학해 처음 본 것은 취업에 애를 먹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봤기 때문이다. 결국 한 씨는 한 학기 동안 준비해 상경계 학과로 전과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전과 후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따기 위해선 최소 4~5학기를 더 다녀야하기 때문에 추가 학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넉넉치 않은 가정 형편에 지금까진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지만, 9학기부턴 이마저도 끊어져 온전히 스스로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한 씨는 “학비는 학자금 대출이나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모아볼 계획”이라며 “취업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생각하니 서글프다”고 하소연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긴 대학 생활과 학비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취업 시 유리한 인기학과로 전과하거나 해당 학과를 복수ㆍ이중전공 등으로 이수해 졸업장을 따려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움직임은 문ㆍ이과 각각 인문ㆍ어문계열이나 이학계열 등 순수학문을 주로 다루는 학과에 소속된 학생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내 한 대학 인문계열 학과에 재학 중인 정모(27) 씨는 “지난해 학과 내에서 학점이 좋기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학생 대부분이 취업이 잘되는 상경계열로 전과했다는 소식이 이슈가 된 적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취업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몸부림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청년실업률(15~29세)은 지난해 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15년 9.2%를 1년만에 경신했다.

실업률에는 학업 연장으로 인해 취업할 의사가 없거나, 계속된 구직실패로 구직을 포기한 실망실업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더 많은 비율의 청년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같은 현실에 맞춰 최근 4년제 대학의 전과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만1293명이던 전과자는 2016년 1만4723명으로 3년새 30.4%가 증가했다. 계열별 순위를 봤을 때 경영ㆍ경제가 3899명(26.5%)으로 사회과학(1908명, 13%), 컴퓨터ㆍ통신(1121명, 7.6%), 언어ㆍ문학(839명, 5.7%) 등 다른 학과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이런 대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교육부는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해 기존 2~3학년때만 가능하던 전과를 대학 4학년때도 가능하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대학생들은 ‘웃프다’는 반응이다. 지방 국립대생 송모(25ㆍ여) 씨는 “취업에 유리한 학과 졸업장을 받고 싶은 학생들에게 희소식이기도 하지만, 1~2년 졸업을 늦추고 추가 학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인기학과 졸업장을 따겠다는 대학생들의 현실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못하고 이런 현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신동윤 이원율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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