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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수첩 증거채택 동의못해”…안종범, 대통령 지키기로 유턴
탄핵심판 판박이 된 법정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1일 재판에서 자신이 작성한 업무수첩 17권 사본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이 갑작스럽게 수첩을 문제삼으면서 안 전 수석 측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중인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2차 재판에서 안 전 수석의 법률대리인 홍용건 변호사는 “업무수첩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며 내용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제시한 영장에 안 전 수석의 수첩과 관련된 사유가 적혀있지 않아 압수한 수첩이 불법수집됐다는 뜻이다.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문제삼는 건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와 피고인이 진정한 것으로 동의한 서류나 물건을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의 기존 입장에 비춰볼 때 증거채택을 반대한 것은 의외라는 의견이 많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과 강제모금 관련 전경련과 출연 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이 범행에 연루돼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지난 검찰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통령 지시사항이 낱낱이 적힌 수첩은 안 전 수석의 주장을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돈을 건넨 기업 관계자 등 안 전 수석의 이름은 계속해서 거론되지만, 안 전 수석은 대통령에게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안 전 수석이 대통령 지시사항이 담긴 수첩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최순실 씨나 측근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지시한 객관적인 내용이 담기는 등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훨씬 많으니 부동의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정조준하면서안 전 수석이 태세전환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이 미르ㆍ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과 삼성전자의 최 씨모녀 지원등을 뇌물로 보고 박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 대통령의 지시를 기업에 전달한 안 전 수석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고 형량이 무기징역에 이르는 뇌물죄를 피하기 위해 안 전 수석이 핵심 증거인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문제삼고 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이 진행 중인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해 전략을 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만일 안 전 수석이 재판에서 업무 수첩의 증거능력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헌법재판소는 이를 곧바로 사실로 인정해 증거기록으로 검토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의 지시 내용 등이 담긴 수첩을 인정하게 되면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탄핵심판에서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재판부는 직권으로 수첩을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315조에서는 ‘상업 장부, 항해 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와 ‘기타 특히 신용할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를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로 인정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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