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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통진당 해산 靑과 협의 안했다”…‘셀프조사’로 의혹 여전
-내부 인사 3인이 겨우 한달간 자체 조사
-통화기록 조회했지만 2년 지나 실효성 없어
-헌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결국 특검이…이정희 지난 달 김기춘 고발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사건을 심리하면서 청와대와 부적절한 접촉을 가졌다는 의혹에 대해 공식 해명을 내놨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배보윤 공보관은 11일 서울 종로구 헌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재는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해 12월 7일 경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제기된 의혹과 관련된 사실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선고 당일. 오른쪽 피청구인석에는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표가 앉아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헌재는 별도의 위원회를 꾸려 박한철 헌재소장을 비롯해 재판관들과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사 방법과 과정이 부실해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헌재에 따르면 조사위원은 이정미 재판관(위원장)을 필두로 김이수 재판관,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 등 단 3명으로 꾸려졌다. 외부 인사 없이 전적으로 내부 인사로만 꾸려 ‘셀프 조사’를 진행했다. 헌재가 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한 것도 이날 처음 공개했다.

조사위는 박 소장을 비롯해 재판관을 상대로 개별 면담을 실시하고, 통화기록과 헌재 정문 방문일지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통화기록은 헌재 관계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법무비서관, 비서실 쪽과 통화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그러나 헌재는 통신사가 최근 1년 간의 통화기록만 보관해 그 이상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휴대폰을 바꾼 재판관에 대해선 통화기록 조사자체가 불가능했다. 유선전화의 경우 KT가 최근 6개월 치 통화기록만 보관해 이마저도 사실상 확인할 수 없었다고 헌재는 전했다. 결국 통화기록 조사가 무의미한 셈이다. 헌재 관계자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헌재 정문 방문일지도 기재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헌재는 제기된 의혹 관련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2014년 7월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에서 세번째) [사진=헤럴드경제DB]


앞서 한겨레신문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업무수첩)을 확인한 결과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이 나오기 이틀 전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이미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통진당 해산 확정 사실을 언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이틀 후인 2014년 12월19일 헌재는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을 선고해 재판 결과가 김 전 비서실장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4년 10월4일자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을 뜻하는 ‘長’(장)이라는 글씨와 함께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라는 내용도 나온다. 그해 10월17일 국정감사 오찬장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은 국회의원들에게 해산 심판 선고를 올해 안에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때문에 박 소장이 김 전 실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선고를 서둘렀다는 의혹이 나왔다.

그러나 배 공보관은 “통진당 해산 사건의 중요성과 파장을 고려해 철저한 비밀 유지를 하려고 선고 당일 최종 평의 및 표결을 했다. 선고 당일 오전 9시30분에 최종 표결을 하고, 9시40분에 결정문 서명을 완료했다. 그리고 10시5분에 선고했다”며 “최종결론은 어느 누구도 미리 알 수 없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박 소장이 언급한 ‘연내 선고’ 발언에 대해선 “당시 여당 의원들이 신속한 선고를 촉구했고, 국민적 관심이 높아 가급적 (빨리) 선고하겠다는 취지였다”며 “미리 날짜를 결정해놓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가 결과를 미리 알았던 경위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김 전 수석의 메모는 청와대 비서실의 각종 정보분석에 의한 추론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결국 이 사건 역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손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옛 통합진보당 대표 등 6명은 지난 달 21일 특검에 김 전 비서실장과 박 소장을 각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한편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 중 이같은 발표를 한 이유에 대해 “지난 달 23일 헌재로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왔고 이달 18일까지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탄핵심판의 신뢰성 및 공정성과도 관련 있어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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