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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 떴다방’에 당하는 노인들…“엄마 엄마 하니 자식 같아서”
식약처·경찰 합동단속, 52곳 적발
61세이상 1000명중 63% 신고안해




경기 의정부 소재 A업체는 이른바 ‘의료기기 체험방’을 차려 놓고 저주파 자극기가 탈모, 치주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ㆍ과대 광고를 했다. 그러나 저주파 자극기는 근육통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전극을 통해 인체에 전류를 가하는 기구일 뿐 탈모, 치주염 등과는 상관이 없는 기계다. ‘체험방’을 통해 꾸준히 홍보 활동을 한 이 회사는 165만원에 들여 온 해당 제품을 구매자들에게 딱 2배인 330만원에 판매, 4620만원을 챙겼다.

이처럼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건강식품 판매 업소와 ‘의료기기 체험방’ 등 ‘의료 떴다방’이 하루가 멀다하고 꾸준히 독버섯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찰청도 이처럼 거짓 광고를 일삼는 건강식품 판매 업소와 ‘의료기기 체험방’ 793곳을 합동 단속, 52곳을 적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건강식품 판매 업소와 ‘의료기기 체험방’ 등 ‘의료 떴다방’이 독버섯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짜 만병통치약을 파는 업자들의 삶을 그린 영화 ‘약장수’(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DB]

문제는 이 같은 일명 ‘의료 떴다방’에 당하는 사람들이 주로 노인들이라는 데 심각성을 더한다. 이처럼 노년층이 ‘의료 떴다방’에 넘어가는 이유에 대해 관련 단속을 벌인 식약처와 경찰은 최근 핵가족화로 인해 명절이 아니면 자녀를 보기 힘든 나머지 정에 굶주려 있는 것을 약점으로 파고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61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사기 피해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3%가 ‘사기를 당했지만 그냥 참은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친구나 친척에게 하소연했다’는 응답은 25%,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5%에 그쳤다. 참는 이유로는 ‘피해가 사소해서’가 28%로 가장 많았고, ‘범인이 아는 사람이라서’가 22% 등이었다.

피해 물품으로 건강보조식품이 36%, 생활용품 20%, 의료기기도 17%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의료 떴다방’에서 파는 물건이다. ‘의료 떴다방’ 직원들이 ‘아버지, ’어머니’ 하면서 안면을 붙이고 물건을 판매하니 정에 주린 노인들이 넘어가 “아는 사람”이라며 신고까지 안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최근 핵가족화로 인해 부모를 수시로 보지 못하는 자녀들이 돈이나 선물로 때우려는 심리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한다.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 부모가 ‘의료기기를 사달라’고 하면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고, 이를 악용한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 떴다방 업자들 말에 따르면 ‘어르신이 허리 아프다고 하면 아들이 다 사 준다’고 하더라”고 했다.

결국 부모 간의 정을 이용한 악덕 상술이 문제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에 주린 노인들, 항상 죄송해 하는 자녀들의 마음을 (의료 떴다방) 업자들이 교묘하게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엄마, 엄마 하니 노인들이 자식같이 생각하고 동질감이 생기면서 신고까지 꺼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도 “이 같은 상술에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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