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유 황함량 기준 우리와 동일
중국산 경유가 올해부터 국내에 들어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이 같은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와 관련 기관들은 중국산 경유가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0일 정유업계와 한국석유관리원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새해 들어 국내에 중국산 경유를 수입하려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관계 기관의 정확한 수출입 통계는 오는 2월에야 집계, 발표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산 경유가 국내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자국 내 유통되는 경유의 황 함량 기준(수송용)을 기존 50ppm에서 한국과 같은 10ppm으로 강화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저유황 경유를 생산하게 된 중국 정유사들이 남는 경유를 한국에 수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휘발유 소비량이 월등히 높은 중국에서는 경유가 상대적으로 남아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산 경유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국내 경유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돈 이유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4사들은 싱가포르 석유제품 시장가격을 기반으로 해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 유통 비용을 빼고 나면 마진이 1% 남짓에 불과한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와 중국이 파이프로 연결된 것도 아니고 선박으로 들여와야 하는데 운송비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함량을 맞췄다고 해서 한국에 그대로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탄가(Cetane numberㆍ경유의 성능을 평가하는 수치) 등 다른 스펙을 맞추기 위한 품질보정비용도 추가로 들어간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 팔면 간단한데 굳이 경쟁이 심하고 규모도 크지 않은 한국 시장이 매력적일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제품을 수입해와 틈새 시장을 노리던 석유수입사들 역시 가격 경쟁력 저하로 1~2년 전부터 수입 업무를 중지한 상태다. 한때 대규모 석유수입사로 유명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저유가 시대 들어 가격 경쟁력이 더 떨어지고 관세 혜택 등이 줄면서 수입 업무를 완전히 중단했다”며 “다른 수입사들도 대부분 수입 업무를 중단했다. 앞으로도 중국산 경유를 국내에 대량 수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은 중국이 자체 수급을 맞추기도 힘들어 오히려 우리 정유사들의 수출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 전역에 새 기준이 도입되는 올해 역시 일시적으로 자체 수급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정유업계의 진짜 고민은 국내 내수 시장이 아닌 아시아권 수출 경쟁 심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경유가 아시아 시장에 쏟아지면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마진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배두헌 기자/bad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