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자발적으로 기금 출연” 주장 입증 목적
-대규모 사실조회 신청으로 심리지연 우려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삼성생명과 CJ 등 민간기업을 비롯해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사실조회를 요구하는 신청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는 앞서 헌재가 입증취지를 보완해 다시 제출해달라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9일 “대통령 대리인단 측에서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삼성생명 등 19개 기업에 출연 경위를 묻는 사실조회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및 강요와 관련해 CJ 등 29개 회사에도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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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단. 왼쪽부터 이중환, 전병관, 서석구, 손범규 변호사. [사진=헤럴드경제] |
헌재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기업들의 기금 출연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국세청과 각종 인허가 사업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에도 사실조회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K스포츠 재단에 출연을 거절한 한진칼ㆍ금호ㆍ대림ㆍ포스코와 미르 재단에 출연을 거절한 신세계ㆍ현대중공업도 신청 대상에 포함돼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 측은 돈을 낸 각 기업들의 기금 출연이 자유 의사였는지를, 출연하지 않은 기업들은 사후 세무조사나 인허가에서 불이익을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실조회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강일원 주심 재판관이 지적한 대검찰청은 신청 대상에서 빠졌다. 박 대통령 측은 “청와대에 롯데 수사에 대한 정보보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대검찰청에 사실조회를 신청했으나 강 재판관은 “오히려 대통령 측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걸로 보인다”며 “탄핵심판과 관계가 없는 신청들은 정리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대통령 측의 대규모 사실조회 신청은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인 뇌물수수 및 강요와 관련 있다. 사실조회를 통해 ‘대기업 모금이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것이었고, 과거 정부에도 있었던 관행’이라는 주장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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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당시 설립된 삼성꿈장학재단과 이명박 정부의 미소금융 사업을 주도한 서민금융진흥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것도 이러한 의도가 깔려 있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2차 변론에서 “역대 정부도 대기업 지원으로 재단을 설립했다”며 “미르ㆍK스포츠 재단 모금이 뇌물이라면 전직 대통령도 다 뇌물죄로 처벌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조회란 사건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 조사나 서류제출을 요구하는 절차다. 일종의 증거수집 절차로 볼 수 있다. 앞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미르ㆍK스포츠 재단을 비롯해 20여곳에 사실조회를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미르ㆍK스포츠 재단, 문체부, 미래부, 관세청, 법무부, 세계일보 등 8곳만 받아들였다. 이 중 미르 재단에서만 이날 답변이 온 상태다. 해당 기관은 오는 13일까지 헌재에 답변을 보내야 한다.
박 대통령 측의 광범위한 사실조회 신청을 두고 일각에선 심리를 지연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을 의식한 듯 이 변호사는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라 사실조회 결과를 받아보고 증인신문을 생략해서 재판을 빨리 끝내려는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 측이 추가로 신청한 사실조회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10일 열리는 3차 변론기일에서 중점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