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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근본이 없는가

  • 기사입력 2017-01-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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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3선 국회의원에 며칠 전 까지 집권 여당 대표였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냈다. 이만하면 누가 봐도 성공한 정치인이다. 겉보기는 화려하지만 이 의원만큼 험난한 역정을 걸어 온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정치판에선 철저한 흙수저였다.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여당에서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결코 녹록치 않은 출발이다. 그러면서 지역에선 영남당 소속이라고 괄시깨나 받았다. 17대 총선 때 광주 서구에 출마해 1%대 득표라는 처참한 성적표가 잘 말해준다. 웬만한 정치인들은 다 나가 떨어졌을 환경이다.

게다가 학벌도 대단할 게 없고, 고위 관직이나 판검사 출신은 더더욱 아니었다. 물론 정치를 시작할 때 경력도 일천했다. 사무처 말단 당직자로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공채를 거치지도 않았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척박하고 황량한 토양이다.

그나마 입당 20년 훨씬 지나 뒤 늦게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면서 조금씩 두각을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근본이 없다’는 수군거림과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근본’이 있다고 자처하는 인사가 수두룩한 속에서 그가 얼마나 차별을 받았는지 대강 알만하다. 하지만 그는 개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근본이 없다는 소리를 곰 쓸개처럼 씹으며 묵묵히 견뎌왔다. 본인 스스로 “근본도 없는 놈이라는 눈총이 나를 더 단련시켰다”고 받아치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16계단을 하나씩 밟아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보수여당 대표까지 올랐다.

그런 그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목숨처럼 애지중지하던 당적마저 버려야 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자 두 말 않고 탈당계를 제출한 것이다. 새누리당을 재건하는 데 “내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는 말로 탈당의 변을 대신하곤 총총히 당을 떠났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정현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근본 있는’ 인사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철저히 망가진 상태다. 지난해 4월 총선 참패에 이어 박 대통령 국회 탄핵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그 와중에 당은 둘로 쪼개져버렸다. 한 때 40%를 넘나들던 당 두자릿수를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이 됐다. 그 책임의 한 가운데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으로 대표되는 ‘근본 있는’ 친박 핵심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요지부동인 것이다.

탈당을 선언한 직후 이정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느그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4선, 5선을 할 때 나는 아무런 혜택을 받은 게 없다”며 ‘근본 있는’ 영남권 중진의원들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표시했다. 인적 청산 이야기 나왔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그들은 비굴하더라도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그토록 따지던 ‘근본’까지 내팽개쳤다. 참으로 추하고 볼썽사납다. 하긴 새누리당이 이 지경이 된 건 ‘그 놈의 근본 타령’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근본이 없는지 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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