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칼럼-김필수] ‘체감헌법’ 시대
요즘 헌법 조문을 열독중이다. 필자는 업무 관련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필자 뿐 아니다. 서점가에 ‘헌법 관련서’가 쏟아지고 있다. 시국이 하 수상하니 일반국민들도 헌법을 다시 들여다본다. 높은 곳에 있는 줄 알았던 헌법이 땅으로 내려왔다. 요약하자면 ‘체감헌법’ 시대다. 최근의 굵직한 논란들이 모두 헌법 관련 사안이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오는 31일 물러난다. 그런데 지난해말 잠깐 논란이 있었다. 박 소장은 2011년 2월1일 헌법재판관에 취임했다. 임기는 6년(헌법 112조1항)이다. 이어 2013년 4월12일 소장에 임명됐다. 임기 규정이 없다(헌법 미비). 황 권한대행은 지난해말 “박 헌재소장이 소장이 되면서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면 그만 두겠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본인이 다시 의사표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암묵적으로 헌재소장 임기도 6년임을 전제한 발언이다. 대법원장 임기도 6년(헌법 105조1항)이니, 미뤄 적용할 수도 있겠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3년을 재직했던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6년 임기를 보장해주려다가 무산된 바 있다. 전례가 있는 논란인 셈이다. 일단 박 소장은 인준청문회 당시 밝힌 대로 이달말 물러난다는 입장이다. 헌법 전문가들도 이게 맞다는 의견이 다수설이다.

#대선에 여러 명이 나오면 30~40% 득표율로도 당선된다. 압도적이지 않다. 권위와 정당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그래서 결선투표제 얘기가 나온다. 1, 2위를 한번 더 맞붙여 최소한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대권에 바짝 다가선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만 미온적이고, 대다수 대선주자들이 찬성한다. 그럼에도 추진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 헌법(67조2항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 개정 사항이라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헌법 67조5항(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을 들어 법률 제정만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돼 있다.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 가결은 사고에 해당된다.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행사는 정지(헌법 65조3항)됐고,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이 됐다. 권한대행의 권한도 헌법 미비 분야다. 규정이 없다. 그래서 명목상은 다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헌법학자들은 제한을 둔다. 선출직(대통령)과 임명직(권한대행)의 민주적 정당성 차이가 크니 현상유지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황 권한대행의 일부 인사권 행사에 대해 야당이 거세게 반발한 배경이다.

세 가지만 살펴봤는데도, 어찌됐든 머리 아픈 헌법이다. 링컨은 저 유명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말했다. 우리 헌법 1조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과 맥이 닿는다. 우리 국민은 촛불민심으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을 상징적으로 실현했다. 이제 ‘국민을 위한’이 실현돼야 할 차례다. 정부 몫이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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