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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잊지못한 1000일③]“생존자ㆍ유가족이 분노ㆍ트라우마 벗고 일상 회복할 때까지…”
-고영훈 안산온마음(트라우마)센터장 인터뷰

-“트라우마 치료엔 사회적 지지가 필수요소”



[헤럴드경제(안산)=신동윤ㆍ이원율 기자]2014년 4월 16일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생존자, 그리고 가족을 떠나 보낸 채 1000여일의 시간을 버텨온 유가족에게 지난 기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상처다. 그들에게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얻게 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는 좀처럼 쉽게 떼어내기 힘든 굴레다.

이들이 얻은 마음의 흉터가 잘 아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안산온마음센터다. 


고영훈 안산온마음센터 센터장은 5일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센터와 피해자가 서로 ‘동반자’라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왔고, 이제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에서는 1대1 매칭을 통해 생존자, 유가족의 심리적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피해자들이 일상에 문제없이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직원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고 센터장은 “초기엔 생존자 가운데선 버스나 지하철 등을 탈 때 참사 당시 배가 기울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에 대한 거부감을 호소한 경우도 있었다”며 “캠프형태의 집단치료프로그램이나 각종 상담 치료 등을 통해 지금은 이런 현상이 크게 완화됐다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생존자들에 비해 유가족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더 크고 뿌리가 깊다는 것이 고 센터장의 설명이다. 여전히 지지부진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 규명 탓에 분노가 계속되고 있고,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 참사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죄책감 탓에 치료를 거부하는 유가족이 많다는 것이다.


센터는 위험군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자살 위험 등이 우려돼 전문의 진료를 받은 피해자는 총 266명이었다. 이 밖에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심리적 안정 등이 필요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센터는 캠프 및 공예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지난해 총 95회의 행사동안 330명의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참석했다.

고 센터장은 피해자들의 심리가 완전히 안정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지지가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에 대한 오해와 비난은 트라우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아직도 우냐’, ‘그만해라, 지겹다’ 등의 냉소적인 시선을 거두고 사회적으로 나서 그들을 보듬어야 트라우마란 상처가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논의되던 국립트라우마센터 설립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고 센터장은 “국립이라 해서 거창한 시설이나 거대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상황이나 시기에 맞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컨트롤 타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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