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년 업무보고는 대통령 탄핵으로 업무가 정지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4일 외교ㆍ안보에 이어 5일에는 ‘튼튼한 경제’를 주제로 기획재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국토교통부ㆍ금융위원회ㆍ공정거래위원회의 등 5개 부처의 업무부고가 진행됐다.
이어 6일에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주제로 미래창조과학부ㆍ문화체육관광부ㆍ농림축산식품부 등 5개 부처가 업무보고를 하며, 9일엔 ‘일자리 및 민생안정’을 주제로, 11일엔 ‘국민안전 및 법질서’를 주제로 업무보고가 이어진다.
하지만 5일까지 진행된 신년 업무보고는 ‘맹탕’이라고 할 정도로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다. 5일 경제분야 업무보고 내용은 지난해 12월29일 황 권한대행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부처별로 나누어 다시 보고한 것에 불과했다. 해가 바뀌긴 했지만 불과 1주일 사이에 똑같은 내용을 갖고 이름만 달리한 회의를 또 연 꼴이다.
이처럼 신년 업무보고의 맥이 빠져버린 것은 새해 경제정책방향이 작년 연말이 다 돼서야 발표되는 바람에 새해 업무보고 시점과 차이가 거의 없어진 결과다. 예년의 경우 경제정책방향이 12월 중순에 발표돼 신년 업무보고까지 1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어 그 사이 여건 변화 등을 감안한 정책을 만들어 포함시킬 수 있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국정 콘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통일된 정책방향 없이 부처별 단순 업무보고로 성격이 바뀐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는 청와대에서 부처별 신년 업무보고의 기본방향과 핵심 키워드를 내려보내고 각 부처는 거기에 맞추어 정책을 발굴하고 부처간 조율을 통해 최종 보고안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러한 총괄ㆍ조정 기능을 하는 컨트롤타워가 사라졌고, 부처별 현안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기능도 사실상 실종돼 각 부처도 타성과 관행에 따라 소극적인 자세로 업무를 처리하는 상황이다.
컨트롤타워 상실과 각 부처의 무소신ㆍ무기력ㆍ무책임 등 3무(無)의 안일한 업무 태도가 신년 업무보고를 무미건조한 행사로 만든 셈이다. 특히 황 권한대행과 유일호 부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관들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응집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엄혹할수록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정책과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할 리더십ㆍ추진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그 중심은 공무원 조직이 돼야 하며 공무원들이 사명감과 소신ㆍ책임감을 갖고 국정의 중심을 잡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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