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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류담보대출 사고] “사라진 쇠고기”에 6000억 덜컥 대출
만기 2~3개월 회전율 높고
年 8% 고금리에 리스크 못봐

위탁보관 담보확인 힘들지만
틈새시장 공략 대출 앞다퉈





약 6000억원에 달하는 육류담보대출 사고가 터지면서 금융권의 부실한 여신 심사 리스크 관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천억원의 사기대출이이뤄졌던 KT ENS 사태, 피해규모가 수조원에 달했던 모뉴엘 사태 등 매해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금융권의 행태가 결국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양도담보대출의 형태로 이뤄진 육류담보대출은 유통업자가 수입한 고기를 저장 창고 등에 위탁 보관한 뒤, 창고업자가 보관된 고기에 대한 담보확인증을 금융권에 발급하면 차주에게 대출이 이뤄지는 구조다. 회전율이 높은 신석식품의 특성 때문에 만기가 2~3개월로 짧다. 또 저장창고의 위탁보관에 따른 담보 확인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연 8%에 달하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문제는 금리가 높을 수록 위험도 커진다는 점을 간과한 점이다. 이번 사건에 얽힌 금융회사는 동양생명, 화인파트너스, HK저축은행, 효성캐피탈, 한화저축은행, 신한캐피탈, 포스코대우, 한국캐피탈, CJ프레시안, 조은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세람저축은행, 전북은행 등이다. 전북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위험관리로 수익을 내는 2금융권이다. 이들 금융회사들의 위험관리 실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해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서 회수기간이 짧고 대출 이율도 높아 치열해진 경쟁 상황에서 틈새 시장 공략의 차원에서 이뤄졌던 것”이라며 “등기가 따로 없다 보니 차주가 창고업자와 짜고 사기를 치려 했다면 막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높은 수익을 낼 때는 ‘실력’이라 내세우다, 문제가 터지자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해명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KT ENS나 모뉴엘 사건처럼 조사결과 내부비리가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구조적 문제라기 보다는 위험관리 소홀일 수 있다는 뜻이다.

감독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ㆍ보험ㆍ카드ㆍ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의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해 전면적인 특별 현장점검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저축은행 사태와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기발행 사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의 금융사건 역시 모두 금융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예방할 수 있거나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고는 폭증한 가계부채와 국내의 탄핵정국, 트럼프 당선 이후의 대외 금융시장 변화 등 불확실성의 증대 등으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터진 대출 사고여서 금융권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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