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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겨울비와 노다지
‘겨울비’로 알려진 르네 마그리트의 1953년 작품 ‘골콩드(Golconde)’는 겨울 옷 차림을 한, 비슷한 생김새의 현대인들이 비(雨)처럼 도시에 쏟아지는 모습을 담았다.

사람들이 풍선처럼 창공을 자유롭게 나르는 풍경이라는 낙천적 해석도 있고, 도시를 향해 비 오듯 여러 갈래로 쏟아지는 인간 집속탄(Cluster Bomb) 같다는 비관적 감상평도 보인다.

흔히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그렇듯, 뭔가를 박탈 당한 인간 군상들이 부유하다 도시의 거리로 투하되고 있다는 현실비판적 논평이 더 많다.



한국어 제목은 ‘겨울비’인데, 원뜻과 비교하면 어색하다. ‘Golconde’는 ‘쏟아지는 노다지’라는 의미이다.

어원은 인도에 있다. ‘양치기 언덕’이라는 뜻의 골라콘다(Golla Konda) 마을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돼 대규모 채광 붐이 일면서 ‘노다지’라는 별칭이 붙었다.

골라콘다의 불어 표기가 ‘골콩드’이다. 그후 금광이 대박 나면 이렇게 표현했다.

‘겨울비’ 그림을 보면서 두달째 시끌벅적한 우리의 도시 거리가 오버랩된다. 박탈감을 안은 군상, 촛불로 가득한 겨울 도심, 잡힐 듯 말 듯한 황금빛 희망….

그런데 정유년 벽두, ‘겨울비’를 제멋대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탄핵심판대에 올라 직무정지된 사람이 탄핵재판과 특검 수사에는 안가겠다고 하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확인된 사실 조차 부정하고 일신상의 안위를 도모하는 풍경이었다.

‘손바닥을 위로 펴면 구름이요 뒤집으면 비가 되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이 시구(詩句)에서 覆雨雲(복우번운)이라는 말이 나왔다. 비를 내리고 구름을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뜻이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변덕이나 권모술수 부리는 풍경을 비꼰다. 두보는 이에 대해 ‘경박한 짓’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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