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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에세이-3째 가업 잇는 ‘동명대장간’] 새해를 여는 ‘유쾌한’쇠망치질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띠의 해가 밝았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닭과 새해는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난해 국정논란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국격이 땅에 곤두박질쳤고 대통령도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나라를 망친 사람들은 하나 둘 죄수복을 입고 감방에 들어갔다. 이제 과거의 틀을 벗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땅! 땅! 땅! 따~앙~’ ‘치지직∼쉬이익’

화려한 불꽃이 이리저리 날린다. 



서울 천호동 로데오거리 근처를 걷다 보면 붉게 달궈진 쇠를 쉴 새 없이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강영기(64)씨와 아들 단호(37)씨가 2500도에 육박하는 화로 옆에서 쇳덩이를 다듬느라 분주하다.

80년간 화덕의 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동명대장간’이다.

7년 전 돌아가신 강 씨의 아버지가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에 시작해 열 네 살 되던 해부터 아버지의 대장일을 도와주면서 망치를 잡았다. 또 5년 전부터는 그의 아들도 일을 배우기 시작해 3대 째 대장간을이어가게 됐다.

대장간의 작업은 화로에 쇠를 넣고 풀무로 바람을 넣어 강한 화력으로 쇠를 새빨갛게 달구어내는 일이다. 달궈진 쇠는 집게로 끄집어내 모루에 올려놓고 메질을 한다.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지면 식기 전에 물에 담가 담금질을 한다. 노련한 대장장이는 쇠의 빨개진 색깔만 봐도 어느 정도 달궈졌는지 알아낸다.

풀무질-달굼질-집게질과 메질-담금질의 순서를 반복하며 쇠를 강하게 만든다.

칼이나 낫은 전체를 담금질한 다음 칼날 부분을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해 살짝 살짝 담가서 금방 꺼낸다. 이 때 칼날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담금질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대장장이 최고의 기술이다. 계속된 부자의 망치질에 불꽃이 여기저기 튄다. 매서운 겨울에도 대장간은 40도에 육박하는 열기와 땀으로 가득하다. 바쁜 대장장이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투박하고 묵직하지만 자세히 보면 섬세하게 갈무리된 식칼, 낫, 호미, 망치, 목재작업에 쓰이는 손도끼 등 장인정신이 깃든 문화재급 연장들이 대장간 바닥에 놓여져 눈길을 잡는다.



50년 경력의 강영기씨는 “요즘 큰 공사장에서 철근을 이용해 모형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매출이 부쩍 늘었고 아들과 함께 쇠를 두드리다 보니 가정이 더 화목해 진 것 같다”며 흐뭇한 표정을 보였다.

보통 불과 쇠를 다루는 대장장이 일은 남성들만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호주에서는 작업장에 거친 불꽃과 쇠를 능숙하게 다루는 여성 대장장이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기계가 발전해 대장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즈음, 80여 년 전 한 대장장이가 시작한 일이 그 아들에 의해 그리고 손자에 의해 지금까지 이어져 즐겁고 흥겨운 ‘유쾌한 대장간’ 쇠망치 소리가 새로운 빛을 발하고 있다.

글·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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