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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교과서 후폭풍③] 결국 내놓은 게 ‘대안 짜깁기’…‘두마리 토끼’ 다 놓쳤다
-‘1년 유예 후 국·검정 혼용’ 확정…여론 눈치보다 대안들 ‘짜깁기’

-명분 실리 다 놓쳐…여론도 못달래고 ‘제2의 교학사’ 가능성 높아

-학계·시민단체 “다음 정권에 넘기는 꼼수…완전폐기만이 답”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국정교과서를 택할 학교 의견도 다양하게 반영한 것이다. 좌고우면 하지 않았다.”(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좇으려다 모두 놓친 격이 됐다. 성난 여론을 달래지도 못했고, 1년간 밀어붙인 역사교과서 국정 단일화 취지도 퇴색됐다.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적용 방안은 최근 한 달 간 오락가락 말바꾸기 끝에 결국 ‘양다리 정책’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책임지고 매듭지었어야 할 교과서 정책을 다음 정권과 학교 현장에 떠넘기고 발을 뺀 모양새다. 교육부는 양측의 의견을 모두 수용해 최종안을 도출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정교과서 폐기를 주장하는 촛불 민심도, 국정화를 주장하는 여권과 보수 학계 쪽 주장도 모두 끌어안지 못한 맹탕 정책이 되고 말았다.

이준식 부총리<사진>는 역사교과서 정책에 대해 ‘1년 유예 후 국·검정 혼용’을 확정했다. 2017학년도에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사용하도록 하고나머지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쓰게 했다. 이어 2018학년도에는 국정 역사교과서와 함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검정교과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까지 개정한다고 밝혔다.

당초 교육부는 내년 3월 신학기에 중학교 1학년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일괄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정화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최순실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추진 동력까지 상실하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이에따라 ▷1년 유예와 ▷국·검정 혼용 ▷시범학교 적용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는데 교육부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선택은 이 대안들을 모두 버무린 것이었다.

이준식 부총리는 기자회견서 양측 눈치를 본 양다리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 국정교과서 반대 의견 가운데 가장 많아던 것이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건인데, 검정교과서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국정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학교들도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반영했다는 뜻이지 이쪽저쪽 좌고우면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정이냐 검정이냐 하는 교과서 발행체제에 대한 논쟁이나 그동안 있어왔던 이념적 갈등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 기대와 달리 현장의 혼란과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진보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꼼수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야3당과 교육계, 시민단체 모임인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 비상대책회의’는 “사실상 국정역사교과서를 강행 추진하는 것이다. 국민을 속이는 꼼수 조치에 불과하다”며 “연구학교 지정은 전례가 없는 정책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 마루타’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금지법’을 통과시켜 교육부의 국검정 혼용을 무효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470개 교육·시민단체 모임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저지넷)도 이날 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탄핵정국에서 국정교과서를 강행할 동력을 상실한 교육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시간벌기식 꼼수다. 완전 폐기만이 답이다”라고 주장했다.

국정화를 지지한 보수 쪽도 일단은 국정교과서를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부 방침을 받아들이면서도 ‘국정 역사교과서 단일화’를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역사교과서는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추진된다”는 이준식 부총리의 발언과 달리 기자회견 직전까지 황교안 권한대행의 의지와 반대 여론 사이에서 조율을 거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8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과 관련해 교육부로부터 현안보고를 받는다. 전날 발표한 교육부의 정책 결정을 두고 여야간 치열한 격론이 예상된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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