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택시기사 환갑시대①]“힘들어 밤엔 쉽니다”…연말심야 ‘택시전쟁’ 불렀다
-서울시내 개인택시 평균연령 61.4세…80대도 122명

-운행률 오후 4시 최고…취객 몰리는 심야시간대 뚝

-서울시, 매년 택시 승차난 해소 대책에도 ‘백약이 무효’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직장인 강모(40) 씨는 지난 22일 저녁 서울시청 인근에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지하철 운행이 끊기는 자정이 지나서야 술집을 나섰다. 연말 도심의 심야시간, 집에 가기가 막막했다. 도로변은 이미 택시를 타려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강 씨는 30분을 기다려 겨우 택시를 탔지만 이번에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7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졸음을 쫓는 듯 여러차례 하품을 했다. 기사는 멋쩍은 듯 웃으며 “나는 35년 이상 운전한 베테랑이다. 걱정말라”고 했다. 이어 “개인택시 기사 중 아흔 살의 할아버지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에 비하면 난 청춘”이라고 말했다. 


송년회 시즌, 서울의 도심에서는 밤마다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야시간대 개인택시 공급의 감소는 택시 승차난을 가중시킨다”며 “퇴근시간부터 감소하는 개인택시 공급 저하가 심야시간대 승차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송년회 시즌, 서울의 도심에서는 밤마다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진다. 강남역이나 종로, 홍대앞 등 특정지역에 탑승객이 몰리는 것도 원인이지만 운전자 고령화로 서울 택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택시 심야시간대 운행률이 떨어진다는 점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개인택시는 4만9327대로 전체 서울 택시의 68%를 차지한다. 개인택시 운전자들의 평균 연령은 61.4세(올해 10월 기준)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서울시내 개인택시 운수종사자 중 65세 이상은 1만7073명으로 전체의 34.6%나 된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2만3832명( 48.3%)로 가장 많았고 70대도 6732명(13.6%)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30대 개인택시 기사는 210명, 20대는 4명뿐이다. 80대 이상은 20대의 30배가 넘는 122명이다. 50대는 1만5230명(30.9%), 40대는 3139명(6.3%)이다.

문제는 개인택시 기사 고령화로 심야시간대(자정~오전 4시) 운행률이 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지하철과 버스가 끊겨 택시 승객들이 몰려는 시간대에 도심을 중심으로 공급이 줄어 승차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에 따르면 개인택시 운행률은 낮 시간대에 높은 반면 새벽 시간대에는 저조했다. 개인택시 운행률은 오후 4시대 48.5%를 최정점에 달했고 점차 줄다가 자정 지나면서 급격히 감소했다. 심야시간대인 오전 0~1시 41.4%, 오전 1~2시 33.1%, 오전 2~3시 22.5%, 오전 3~4시 14.4%에 그쳤다. 오전 4시대 운행률은 10.7%로 가장 저조했다.

법인택시는 오전ㆍ오후 교대근무 특성으로 낮과 밤의 불균형이 심하진 않았다. 오전 4시대에는 법인택시의 42.4%가 운행했다. 법인은 오후 시간대부터 지속적으로 공급이 증가해 심야시간인 자정(65.1%)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야시간대 개인택시 공급의 감소는 택시 승차난을 가중시킨다”며 “퇴근시간부터 감소하는 개인택시 공급 저하가 심야시간대 승차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연말 택시 승차난 원인으로 개인택시 운전기사의 고령화와 심야시간대 취객을 피하려는 운행행태를 꼽았다. 택시기사 정모(62) 씨는 “오전 0~2시 수요가 많아 수입이 괜찮은 건 사실”이라면서 “그 시각 승객 대부분은 취객이고 일부는 기사를 상대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밤만 되면 겁이 나서 택시 끌고 나오기가 무섭다”고 했다.

서울시는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매년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시는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이 몰리는 연말(31일까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했다. 하루 약 1만5000대이 개인택시가 추가로 운행할 수 있지만 참여차량이 1500∼2000대에 그쳤다. 지난 24일까지 불금(토요일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에 종로 일대에서 한시 운영한 ‘택시 해피존’도 시내 전역으로 확대하기에는 비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심야운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인권 침해라는 반발이 일어 백지화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는 나이제한 등 없이 양도ㆍ상속이 가능해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일본도 운전면허증 갱신주기를 연령별로 차별화하고 면허 갱신 때 강습을 의무화하는 한편 면허 양수ㆍ양도 제한 규정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도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