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광화문 광장-조우호 덕성여대 교수]떠나보내고 싶은 세밑 국회 풍경
한 해를 하루로 볼 수 있다면 지금 세밑 국정은 자정을 향하는 깜깜한 밤인 것 같다. 대통령 탄핵안은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국정은 거의 중단 상태다. 공무원들은 위의 눈치만 보고, 장관들은 국회의 눈치만 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분당의 길을 가고, 야당 정치인들은 촛불민심을 기대하며 광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자칭 타칭 대권 주자들은 대통령 퇴진을 외치지만 마음은 이미 콩밭, 대통령 퇴진 후에 어떻게 대권을 잡을지 계산에 바쁘다. 촛불집회와 이에 반대하는 박사모 집회는 이제 헌법재판소를 새로운 목표로 삼아 집회를 벌이고 있다. 모두 헌정질서는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문제는 탄핵만이 보일 뿐 정부는 어디에 있으며, 국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물론 국정의 이 모든 혼란을 제공한 장본인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서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정의 영역에서 감성과 이성적 접근을 거꾸로 했다.

국민들에게는 개인적으로 다가가고, 행정과 정치는 엄격히 이성적으로 접근하며 공식시스템을 이용해야 했다. 필자는 이전에 이 칼럼을 통해 대통령중심제 하에서도 내각제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한 일이나 국론을 모으며 국민들을 화합시키는 일에 집중하라고. 행정에 일일이 관여하는 대신 국민들에 다가가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 국민들과 감정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일상의 행정은 총리에게 많은 부분 맡기고 동시에 총리에게 책임을 묻는 국정을 하라고 권고했다. 귀를 닫고 있던 대통령의 불통은 나라를 이런 불행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만 공격하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인가. 국회의원들이 국정농단을 규탄한다면 국정의 한 축을 맡고 있던 자신들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음을 자인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국정을 회복하는데 진력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갑자기 넝쿨째 굴러온 권력을 주워 담아 횡재를 할 수 있을까만 고심하는 듯이 보인다.

이제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는 물 건너갔다. 그들은 자신들을 국민과 정의를 위한 투사로 적당히 코스프레 하고 대권 줄에만 잘 서면 권력과 특권을 이어 갈 수 있으니 지금은 그들에게 역설적으로 괜찮은 계절이다.

올해 초부터 정부와 국회의 국정 화두가 되었던 북핵과 경제의 위기, 경제성장과 개혁, 경제민주화와 공정성장 등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국회의 정당들은 자신들이 금년에 했던 국정에 대한 공약들을 제대로 지켜오고 있는지를 알릴 필요가 있다. 결국 국민들의 인정을 받는 정당은 자신들의 약속을 국정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당일 것이다.

국민들은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탄핵정국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국정과 민생을 팽개치게 하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른바 대권주자들 역시 지금 이 순간이 국정을 운영하는 자신들의 능력을 보일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구호가 아닌 민생과 안보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자신의 국정 구상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 해를 보내며 가는 해와 함께 우리의 정치에서 같이 떠나보내고 싶은 것들이 떠오른다. 국회의원의 특권적 지위와 의식, 그들의 고급 승용차, 국회의 높은 단상, 고성과 막말을 정치력이라 착각하는 것, 민주공화국에서 있을 수 없는 킹메이커란 말, 정치에 앞서는 잔머리 정치공학 등등. 대신에 대중교통이나 자가운전을 하며 출근하는 국회의원들, 장관들이나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토론하는 의원들, 민생 법안을 만들기 위해 밤늦게까지 씨름하는 의원들, 밀실같은 국회본회의장 내부가 유리같이 투명하며 평등하게 바뀐 모습, 국회의원의 널찍한 좌석을 좁은 자리로 바꾼 모습 등등. 모두 나의 세밑 백일몽일까.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