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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 삼성물산 합병 논란 수사, 전문가들 “기업과 경제를 정치적 선입견으로 판단해선 안 돼”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관련자들이 국민연금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 지를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재계안팎에선 특검팀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몰아세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업무상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특검은 이들 2명이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7일 오전에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된 문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미 여러차례 입장을 설명드렸다”며 사실상 국민연금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또다시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배임죄를 묻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이 사안을 경제논리로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투자는 경제영역=주식투자는 경제의 영역이다. 최적의 타이밍이라 판단되는 시점에 돈을 넣고, 목표한 이익이 나는 시점까지 기다릴 수 있는 것이 투자 성공의 단순한, 하지만 핵심 비결이다. 여기에 이념이나 증오 같은 막연한 감정이 끼어들면, 판단은 흐려지고 결국 손실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있는 주식 시장에서 90%가 넘는 사람들이 돈을 잃고, 소수만이 큰 이익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40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1년 2년이 아닌 최소 10년, 길게는 100년을 보고 투자해야 하는 연기금이라면 더욱 그렇다. 투자 대상을 고르고, 또 투자할 금액과 시기를 정하는데 오로지 냉철한 경제적 관점만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냉철한 판단은 여러 사람이 별로 좋지 않은 머리를 모아 굴릴 때 보다, 전문가 한사람의 감각적 선택에서 정답이 나올 경우가 많다. 소위 ‘집단지성’이 통하는 게 정치판이라면, 경제와 투자에서는 전문가 한두 사람의 능력이 더 빛난다.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와 점심 한 끼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수십만 달러를 선뜻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진수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 집도 압수수색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이익이라는 경제적 논리가 아닌, 이런저런 정치적 판단이 끼어들었다면 당연히 문제고, 또 수사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제는 수사 전부터 ‘반대’가 선이고 ‘찬성’이 악이라는 정치적 선입견을 깔고 들어갈 때 생긴다. 수사 초기단계, 심지어 시작 전부터 이런 징조는 여기저기서 보인다. 일각에선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했다면 합병 삼성물산 주식 보유로 생긴 3000억원 정도의 평가손실도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전문가들, 경제적 판단 고려해야=특검이 소환중인 홍 전 본부장에게 배임죄를 물으려면 합병하면 주가가 떨어지고 투자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 찬성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가정에 의문을 가진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그 결과 엘리엇의 뜻대로 부결됐다면, 이로 인한 국민연금과 투자자들의 손실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룹 경영권이 흔들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직접적인 하방 압력에, 또 삼성전자나 여타 그룹 주식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삼성그룹의 불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 국민연금에게 치명적이다. 당장 오늘 내일이라도 모든 주식을 처분해 나갈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와는 다른 시각에서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 국민연금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같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단기 투자수익보다는 기업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중요한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민연금 뿐 아니라 비슷한 입장의 대다수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찬성에 손을 든 이유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식 15조 원어치를 포함해 삼성그룹 지분을 20조 여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자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는 물산 합병이 그룹 지분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미실현된 장부상 3000억원의 손실이 아닌,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국민연금이 가진 삼성그룹 관련 전체 주식에 미칠 영향도 감안한 경제적인 판단이었다는 의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 전반적인 분위기는 삼성이나 기업들이 그냥 조용히 처분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기업 행위, 의사결정까지 정치적으로 매도당하고, 결국 기업 자체가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경제를 정치적인 선입견과 판단으로 바라보는 ‘신 포퓰리즘’ 시대의 도래를 바라만 봐야 하는 불안감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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