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최순실 사태‘를 둘러싸고 여론과 언론, 국회, 그리고 청와대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계속됐다. 쏟아지는 의혹 제기 속에서도 청와대는 입을 닫았다. 대답없는 청와대를 바라보며 국민들은 멈추지 않고 광화문에서 촛불을 밝혔다. 11월 12일, 주최측 추산 100만명이 모였다.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친구, 연인도 있었다. 비단 이들은 대통령 하야라는 무거운 ‘외침‘을 위한 촛불 중 하나였지만 결코 과격하지도, 어둡지도 않았다. 그렇게 평화로운 축제의 장을 방불케한 촛불현장은 사상 최대 인원이 운집한 ’평화시위‘라는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얇았던 자켓으로 막았던 바람은 어느덧 두꺼운 패딩 속을 파고들만큼 거세졌다. 5차 촛불집회가 열렸던 11월 26일에는 눈까지 내렸다. 이날 전국에서는 약 190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12월 9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퇴진과 황교안 총리의 사퇴를 외치며 여전히 거리로 나오고 있다. ‘믿기 힘든 국정농단 사태’, 그리고 ‘침묵하는 청와대’, 하지만 그 속에서 변화를 만든 것은 대한민국을 밝힌 ‘촛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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