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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터의 품격이 위기 극복할 수 있는 힘” <LG경제硏>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품격 있는 일터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경영 위기 상황에 처한 조직들은 품격을 잃기 쉬운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위기 극복의 힘, 일터의 품격’ 보고서에 따르면 저자는 “어렵다는 이유로 품격을 버린 조직은 위기 극복을 위한 힘을 잃기 쉽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조직이 일터의 품격을 지킴으로써 구성원의 힘을 성과 창출을 위해 한 곳에 모으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단순한 업무 환경과 처우 등 외적 조건만이 일터의 품격이 아니라고 정의한다. 진정한 품격이란 구성원들이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자존감과 보상을 얻는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조직에 이 같은 품격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보고서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속 일본 기업에서 목격된 과로사와 이지메 증가를 그 단적인 예로 들었다. 위기를 이유로 품격을 포기한 조직은 위기를 이겨낼 동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무례한 행위 등 유해한 행동은 협조와 자발성을 갉아먹고, 대외적으로는 고객의 외면과 평판 악화로 이어진다. 품격의 상실이 조직을 더 큰 어려움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품격의 상실을 조직 내부에 숨기기도 어려운 시대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유롭게 SNS에 접속하는 세상에서는 구성원 간의 사소한 폭력이나 막말도 인터넷을 타고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속도와 범위로 퍼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조직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 품격을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첫 번째, 위기 상황에서 조직은 구성원 동요를 이유로 불필요한 정보의 통제와 비밀주의를 고수해 구성원들을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 정보에서 소외된 구성원은 위기 극복의 주체가 아닌 방관자가 돼 수동적이고 냉소적 태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소외는 자존감, 조직과 일을 향한 애정과 자율성을 약화시킨다.

보고서는 “‘나는 몰라도 되는’ 위기 극복을 위해 나설 사람은 없다. 소외된 구성원들은 자발적 노력과 기여 등 덕목을 버리고 오직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물론 모두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경영상 비밀이 있고, 전원이 참여하는 의사결정이 언제나 바람직한 건 아니다. 하지만 구성원을 위기 극복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시키는 건 품격 뿐 아니라, 조직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 미시건에 기반을 둔 음식점 체인인 징거맨스(Zingerman’s)의 예를 소개했다. 이 곳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유명인사가 즐겨찾는 것으로 유명한데, ‘오픈 북 경영(Open Book Management)’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정보 공유 시스템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이 회사의 모든 회의에는 전 구성원의 참석이 보장돼 있다. 재무 정보는 물론, 투자 의사 결정까지의 핵심적인 주제를 매주 모든 구성원들과 공유된다. 구성원들이 회사의 상태를 잘 알고 이해관계에 깊이 연관돼 있을수록 더욱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이 회사만의 철학에 기반한 것이다.

지난 2009년 미국 경제 위기 당시 이 회사도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구성원들은 임금 삭감을 자원하며 회사를 지키려는 노력에 동참했다. 그리고 그 결과 불과 몇 개월 만에 재정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규칙과 예절의 준수다. 위기 극복 과정은 치열할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을 규칙과 예절이 사라진 혼란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신체접촉이 격렬한 종목일수록 심판이 엄격하게 규칙을 강조하고 예의와 품위를 잃은 선수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보고서는 “구글(Google)이 리더들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 훌륭한 리더들은 기술적 역량보다 부하들에 대한 코칭 및 그들의 자율성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뛰어났다”며 이처럼 문제가 되는 리더들의 행동을 교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 대상자들에 대한 품격있는 배려도 위기 탈출에 중요한 요소다.

보고서는 “구조조정 후 남은 구성원들은 조직이 떠나는 동료를 대하는 모습에서 조직의 맨 얼굴과 자신의 미래를 읽는다”며 “고락을 함께한 동료가 버려지듯 떠나는 것을 목격한 경우에는 구성원들이 자각하는 일터의 품격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남은 구성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착과 헌신 의지의 상실로 이어져 구조조정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구조조정 방법에서 조직 입장에서 접근한 연구는 많지만 동료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는 구성원의 입장을 고려한 연구는 많지 않다”며 “떠나는 구성원이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 작은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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