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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연과의 전쟁①] “금연구역도 아닌데…” 흡연자들 ‘발끈’
-우후죽순 ‘사설 금연 표지판’ 갈등…법적효력 없어

-일부 건물 “흡연적발땐 과태료 10만원 부과” 경고

-서울시ㆍ비흡연자 “금연 확산 위해 필요…권장해야”

-흡연자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등 배려없는 정책 불만”

-“담배 피울 곳 없어…흡연구역 더 늘려달라” 반발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직장인 장모(55) 씨는 최근 서울 중구의 한 교회 건물 관리 직원과 설전을 벌였다. 출근 직전 교회 앞 거리에서 담배를 꺼내 물자 관리 직원이 달려와 흡연을 막았다. 장 씨는 “교회 앞이 금연구역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따졌다. 관리 직원은 주변 입간판을 가리키며 “담뱃불을 끄지 않으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표지판에는 ‘담배를 피우지 마시오’라는 문구와 경고 그림이 박혀 있었다. 관할 중구 서명은 없었다. 교회 서명만 있을 뿐이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사설 금연 표지판 앞에서 시민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표지판에는 ‘흡연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경고가 명시되어 있다.

중구에 따르면 이 교회 일대는 공식 금연구역이 아니다. 흡연자를 발견해도 관리 직원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표지판은 담배 연기로 인한 민원이 이어지자 교회 관리자가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서울 시내 상가와 교회 등 건물들이 비슷한 이유로 사설 금연 표지판을 설치하면서 흡연자들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24일 서울시 금연구역 현황에 따르면 공식적인 실외 금연구역은 모두 1만6984곳이다. 2011년(670개소)보다 25배 넘게 늘었다. 흡연자들은 지난 9월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1673개소)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23일부터는 담뱃갑 흡연경고 그림 부착이 의무화되는 등 확대되는 흡연규제 정책에 불만이 높은 상태에서 건물주가 임의로 지정한 사설 금연 표지판이 불쾌하기만 하다.

대부분 지역에 합법적인 흡연 공간이 없어 흡연자들은 골목길이나 건물 옆 자체적인 흡연공간을 만들고 있다.

중구 뿐 아니라 종로구ㆍ강남구 등 대형건물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사설 금연 표지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을 물리겠다는 경고문도 곳곳 세워져 있다.

강남구 사당역 근처 한 중형 건물의 관리인은 “금연구역을 피해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아 1년 금연표지판을 설치했다”며 “돌아서면 꽁초와 가래침이 쌓이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리인은 꽁초를 무단 투기하는 흡연자와 말다툼을 벌이는 일이 빈번하다고 했다. 이 건물 주위는 시도 때도 없이 직장인들이 몰려와 담배를 피워댔다. 일부는 흡연을 제지하는 관리인은 향해 ‘당신이 뭔데 간섭하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비흡연자들은 우후죽순 늘어나는 사설 금연 표지판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어서다. 대학생 김미지(25ㆍ여) 씨는 “건물 근처에 흡연자들이 몰려 있으면 안으로 들어가기가 꺼려진다”며 “배려없는 거리 흡연을 없애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시민이 건물 앞 나무에 걸려있는 사설 금연 표지판을 무시한 채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흡연자들도 할 말은 있다. 이들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권리를 무시한 처사”라며 입을 모았다.

흡연자인 서상욱(49) 씨는 “회사 건물 안에 흡연실이 없어 담배를 피울 때마다 밖으로 나와야 한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흡연자만 눈치를 봐야하느냐”고 되물었다. 서 씨는 “늘어나는 공식 금연구역에 이어 이제는 사설 금연구역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공간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서울 시내 거리 흡연시설은 10개 자치구 38개소 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인 소유 건물을 두고 사설 금연 표지판을 세우는 행위는 개인 자유”라며 “금연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분위기인 만큼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했다. 과태료를 두고는 “공식 금연구역이 아닌 이상 누구도 흡연자를 처벌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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