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최석호 레저경영연구소장이 보는 여가론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우리는 하루 24시간중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시간이 있고, 선택이 가능한 시간이 있다. 가령,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세수를 하는 생리적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해당된다. 직장에서의 시간도 자신이 선택해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나머지 시간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오로지 자신이 선택해서 보내는 이런 시간을 우리는 ‘여가’ ‘프리 타임’ 등으로 부른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감성과 창의력이 여가 시간에 길러지는경우가 많다. 그래서 감성산업은 잘 노는 사람들이 이끌어갈 수 있다. 이제는 ‘일’ 못지 않게 ‘여가’도 중요해졌다. 어떻게 놀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가 큰 화두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은 여가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와 많은 성과를 냈다.


[레저경영연구소장/ 최석호.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1964년생인 그는 대학에서 신학과 사회학을 전공했다. 80년대초중반은 대학에서 공부만 하면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때였다. 자연히 해방신학과 산업사회학, 사회변혁논쟁도 접하게 됐다. 하지만 구소련이 해체되고, 1989년 중국에는 천안문 사태가 벌어지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서 공부를 시작했다. 영국으로 유학 가 노팅엄 트렌트 대학교 문화학과에서 문화연구를 하게 된 것.

“당시 영국은 문명화 이론의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와 그 제자인 크리스 로젝, 칼 포퍼의 영향을 받은 앤소니 기든스 등이 교수나 강사로 있어 문화연구가 활발했다. 여기서 한국대중음악을 통사적으로 연구하게 됐고 여가사회학도가 됐다.”


[레저경영연구소장/ 최석호.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영국에서 문화연구

엘리아스와 로젝 등에 따르면 근대 여가는 사유화(privatisation), 개인화(individuation), 상업화(commercialisation), 온순화(pacification) 등 4가지 경향을 띠게 된다.

“이를 한마디로 문명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문명화의 반대는 야만이 아니다. 폭력을 안 쓰고 감정을 자제하는 것이다. 소위 겉 다르고 속다른 것이다. ‘온순화’라는 말은 마음속으로는 살인, 강간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하면 큰일난다. 속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어도 자제하고 온순해진다. 대신 TV와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고 공연을 본다. 소설속에는 강간과 음모가 나온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면 최소 몇천명을 죽인다.“

최석호 소장은 “중세까지는 마음이 안맞으면 결투를 신청해 결판을 낸다. 위험한 사회지만 감정 찌꺼기가 남지 않는다”면서 “반면 문명화된 삶속에서는 매일 감정 찌꺼기가 남기 때문에 이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를 문명화 과정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 예컨대 비극을 보여주는 연극을 통한 카타르시스 같은 거다. 펑펑 울 정도로 감정을 발산한다. 근대적 대중여가가 그렇다. 쌓여가는 감정의 앙금을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살인의 희열, 불륜의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이를 ‘모방흥분’이라고 한다. 여가이벤트는 모방흥분의 경험현장이기도 하다.

“스포츠, 대중음악, 여행, 독서, TV 드라마를 통해 여가의 온순화 과정을 연구했다. 현대인은 실제의 감정을 표현하면 안되므로 안정적이지만 재미가 없고 삶이 지겨워졌다. 여가 시간에는 그걸 보상해준다. 축구 시합에서의 훌리건, 어지럽게 만드는 놀이기구, 하늘을 날고 우주로 가는 헐리웃 영화, 산봉우리를 밟고 다니는 동양의 무협영화 등의 재미 등을 통해서다.”

최 소장은 2004년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여가 본령을 전공한 여가전문가가 거의 없었다. 가정학과 체육학과, 심리학과 교수들이 여가를 공부했다. 최 소장은 여가문화학회를 만드는데 참가하고, 한국레저경영연구소를 설립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레저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여가학을 가르치며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여가문화산업, 창의산업 전문인력들을 양성했다. 그리고 몇가지 업적을 남겼다.


[레저경영연구소장/ 최석호.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여가문화산업 전문인력 양성 심혈

첫번째 작품은 2010년 춘천에서 개최된 월드레저총회 유치다. 월드레저총회는 UN 여가 자문기구인 세계여가기구(World Leisure Organization)가 2년마다 개최하는 대형 여가이벤트다.

“국무총리실에 여가총회 개최에 대한 보증서를 받고 강원도 18개 시군도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여가총회의 성공적 개최에 노력하겠다는 문서를 받아 개최계획서를 본부에 보내 2005년에 춘천으로 개최지가 확정됐다. 2010년 열린 총회에는 국내보다 중국 등 외국학자가 더 많이 참여했다. 그전까지 레저총회만 열렸으나 춘천 행사에서는 월드레저엑스포와 월드레저게임즈까지 더해져 규모가 커졌다. 지금도 나는 월드레저저널 국제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최석호 소장의 두번째 업적은 여가기본법을 작성한 것이다. 그는 2012년 여가기본법 제정 작업을 추친했다. 여가진흥법이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실패로 끝났을 때였다. 여기기본법으로 바꿔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고 입법예고기간까지 끝났다.

“여가기본법은 지금까지의 단편적인 여가법들을 통합하는 종합적인 여가 활성화를 위한 법이다. 결국 국민들이 체육활동을 많이 해야 건강, 의료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단위부터 스포츠 시설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 소장은 관광, 스포츠, 엔터, 예술 등 4가지 여가 영역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부터 고급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따로 관리했다. 스포츠투어리즘도 스포츠와 관광의 협업이 필요하다. 최 소장은 문화부의 여가부서(여가문화정책과)가 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레저경영연구소장/ 최석호.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월드레저총회, 여가기본법 작성

최 소장의 세번째 성과는 2011년 중국인 관광객 300만명 유치 학관연계사업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 오는 중국관광객이 100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최 소장은 문화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중국청년여유사의 한국과 일본 아웃바운드팀, 중국 사회과학원, 중국 최초의 관광대학인 베이징연합대학 교수들과 중국관광객들이 어떤 한국 여행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조사와 연구 활동을 벌였다. 한국에서 만든 중국인 인바운드 패키지 여행상품을 중국 여행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바를 토대로 고쳐나갔다.

“중국 관광객이 한국 재방문율이 낮은 것은 첫번째 해외여행을 한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은 이전에 갔던 나라를 다시 방문하지만, 해외여행 경험이 거의 없는 여행객은 다른 나라를 찾게 된다.

사드 배치 등으로 한류가 위축되고 중국관광객이 줄어들었지만, 일시적이라고 본다. 문화는 한번 맛보면 제도로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홍콩영화가 쇠퇴한 것은 중국 본토에 반환됐기 때문이다. 중국 한류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희망적이라고 본다.”

최소장은 2013년 문화부의 의뢰를 받아 여가산업적 측면을 조망한 여가백서를 집필하고, 해양레저를 연구해 ‘이제는 요트시대’라는 책도 내놨다.

최소장이 요즘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도보여행이다. ‘한국인을 찾아 떠나는 근대 여가문화사’ ‘나를 찾아 떠나는 부암동 골목길 근대사’ 등의 인문학 강연을 이끌고 있다.

“광장이나 골목길을 도보로 뚜벅뚜벅 걷는 것은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상을 보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미시사의 장이 골목길이다. 이 길은 역사적으로도 지배자들의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사는 소시민이 주인이다.”

그가 골목길을 걷는 이유는 영국에서 힌트를 얻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즉위 50주년인 골든 주빌리인 2002년 영국에는 1년내내 국기를 달고 난리가 났다. 사람들은 모두 걸어다녔다. 최소장이 있던 노팅엄 숲에는 로빗 훗이 있었고 영주가 살던 캐슬이 있는데, 13~14세기 허름한 의상을 입은 사람(가이드)이 이들 도보객들을 맞이했다.

▶요즘은 도보여행 통한 여가 연구

“당시 영국의 과거 모습을 그 가이드를 통해 생생하게 봤다. 아, 역사를 따라가며 걷는구나. 물론 동물원, 테마파크 등 인위적인 시설 여행도 좋고, 트레킹 올레길 산책도 좋지만, 옛날 길을 그대로 가보자고 생각했다. 이의 종교 버진이 골목길순례여행이다. 영국은 도보여행이다. 한국도 언젠가는 그렇게 가겠지 하고 생각했다. ‘골목길 근대사’라는 책도 발간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한국은 소비 문화가 발달돼 있지만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행복하려면 삶의 질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 그는 여가를 통한 삶의 질적 전환을 주장한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되면 그 다음은 골목 걷기다. 놀이공원 가는 게 아닌, 일상의 축제로서의 골목길 걷기다. 행복한 삶, 행복한 나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최 소장은 골목길을 걷는 나라는 모두 선진국이라고 했다. 후진국은 자기 골목길이 소중한지 모른다고 했다.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최 소장은 “‘산업화-민주화-세계화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잘 사는 나라-공정한 나라-행복한 나라’로 변신하고 있다. 도보여행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필요한 여가활동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이 걸어온 길


▷1964년 부산 출생 ▷1988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2004년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교 문화학과 수료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설립 ▷2009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레저경영전문대학원장 ▷2010년 월드레저총회 개최 ▷2011년 중국인관광객 300만 명 유치 학관연계사업 ▷2012년 여가기본법 법안 작성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여가친화기업 인증위원회 위원장 ▷2014년 한국관광학회 부회장 ▷2015년 중국 관련 유적 관광 자원화 및 상품화 연구/골목길 역사산책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